올해 상반기 보수를 5억원 넘게 받은 등기임원이 모두 237명으로 나타난 가운데 일부 재벌 총수는 영업이익이 떨어져 직원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보수는 올렸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재벌닷컴 자료를 보면, 상반기 보수가 10억원이 넘는 등기임원은 88명이었다. 상위 10위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 등 6명이 재벌 총수나 그 일가였다.
1위는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으로, 141억6600만원을 받아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 3월 영원무역홀딩스 등기임원에서 사퇴하면서 퇴직금으로 138억4000만원을 지급받아 상반기 보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지에스리테일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허승조 부회장은 퇴직금 51억5900만원을 포함해 64억7900만원을 받았다.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은 지에스에서 39억900만원, 지에스건설에서 13억1000만원 등 총 52억1900만원을 받아 전년(18억100만원)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았다. 반면 지에스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9024억원에서 올 상반기 8294억원으로, 지에스건설은 같은 기간 582억원에서 517억원으로 감소했다. 지에스건설 직원 수는 6530명에서 6306명으로 200명 이상 줄었다.
김원배 동아에스티 전 부회장은 퇴직금 46억9700만원을 포함해 49억1500만원을 받아 4위를 차지했다.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와 똑같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24억원, 18억원을 받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한진칼·한진 등 3곳에서 41억1800만원을 받아 각각 5, 6위에 올랐다. 조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세 회사로부터 38억8846만원을 받았다. 구본무 엘지그룹 회장은 전년보다 12% 늘어난 38억5700만원을 받았다.
김상철 전 펩트론 부사장은 스톡옵션 행사이익 34억원을 포함해 34억6700만원을, 이승휘 세아베스틸 부회장은 퇴직금 29억원을 포함한 32억4300만원을, 이상철 엘지유플러스 고문도 퇴직금 17억7400만원을 포함한 30억8000만원을 받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으로부터 각각 17억8천만원, 5억5900만원을 받아 총 23억3900만원을 받았다. 현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현대증권으로부터 5억원 미만을 받았지만 올 들어 매각하기 전 5억5900만원을 받았다. 그사이 현대증권의 영업이익은 1980억원에서 50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년보다 5천만원이 줄어든 급여와 상여금 등 29억원을 받아 현직 전문경영인 가운데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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