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PC 켜놓고 퇴근해 수백만원 타가
금융감독원이 수년간 시간외수당(야근 수당)을 허위로 청구해 약 500만원을 부당하게 받은 직원을 상대로 감찰에 나섰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기대응단실 윤아무개 수석은 수년간 자신의 컴퓨터를 켜놓고 퇴근하는 방법으로 시간당 약 3만~4만원의 야근 수당을 받았다. 윤 수석은 실제 야근은 물론 거짓 야근까지 합쳐 월 100만원의 야근 수당을 받았다. 그는 감찰실에서 이같은 내용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이 야근 수당을 많이 받아가면서 실제 야근을 한 다른 직원은 피해를 봤다. 야근 수당은 팀별로 일정 금액이 정해져 있어 한명이 많이 받으면 다른 이는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를 통제하지 않은 장아무개 팀장도 감찰을 받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금감원 관계자는 “윤 수석이 다른 직원이 받는 평균 야근수당 50만원의 두배를 받아가 다른 직원들이 피해를 봤다. 이같은 내용이 (직장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 올라오면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금감원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수년간 부당하게 야근수당을 받았는데도 이를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 팀장과 윤 수석은 줄서기 인사를 근절하기 위해 팀장과 팀원이 같은 부서로 옮길 수 없도록 한 ‘원샷’ 인사제도에도 불구하고, 올 초 함께 팀을 옮겼다. 이때문에 당시 인사와 총무를 총괄한 김아무개 부원장의 책임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감찰을 최대한 빨리 끝내 엄중한 조처를 취하겠다.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야근 수당 신청 시스템 개편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예산은 주로 은행·보험·증권사가 낸 돈으로 꾸려진다. 올 예산 3229억원 가운데 금융업체가 낸 감독분담금은 2490억원으로 77.1%에 달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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