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정의 전기 소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산업용을 포함한 전체 전기 소비량은 오이시디 평균의 1.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용 전기 과소비가 전력 대란을 일으킬 수 있어 누진제를 운영한다는 정부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다.
18일 한국전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5년판 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를 보면, 2013년 한국의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1274㎾h(킬로와트시)로 오이시디 평균(2334㎾h)의 54.6%에 불과했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26위로 하위권이었다.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미국이 4395㎾h로 한국의 3.4배였고, 프랑스(2548㎾h)가 2배, 일본(2240㎾h)이 1.8배, 세계적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국가인 독일(1657㎾h)도 1.3배였다. 한국보다 1인당 가정용 전력 소비가 적은 8개국 중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는 이탈리아뿐이다.
반면 산업용을 포함한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은 한국이 9703㎾h로 오이시디 평균(7420㎾h)의 1.3배였고, 34개국 중 8위로 상위권이었다. 이는 전체 전력 소비량의 78%를 차지하는 산업용과 일반용(상업용)이 가정용에 견줘 1인당 전력 소비량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는 뜻이다. 1인당 전체 전력 소비량은 주요국들 가운데 미국 정도만 1만1955㎾h로 한국의 1.2배로 많다. 한국은 일본보다 1.2배, 프랑스와 독일보다 각각 1.5배, 영국보다 2배 많았다.
현재 한국에서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6%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는 최대 11.7배의 누진제를 적용하면서 종류별 전기 가운데 두번째로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 반면, 산업용 전기는 전체 소비량의 56.6%를 차지하면서도 종류별 전기 가운데 상업용, 가정용, 가로등용, 교육용보다 더 싼 요금을 낸다. 산업용보다 더 싼 요금을 내는 것은 심야용과 농사용 전기뿐이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실의 양재원 보좌관은 “그동안 정부는 가정에서 전기를 지나치게 쓸 수 있으므로 누진제를 통해 이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가정에서는 산업용·상업용보다 전기를 더 적게 써왔다. 가정용 요금의 인하와 산업용의 인상을 통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 전기요금 태스크포스 출범 회의에서 “누진제는 물론 누진제 집행 과정의 문제점, 교육용·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의 적정성과 형평성까지 요금체계 전반에 대해 근본적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많은 국민이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걱정에 힘든 여름을 보내고 계셔서 주무 장관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가정용 누진제뿐 아니라 산업용 요금의 손질 가능성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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