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세계금융위기 이후 다시 유럽이나 일본 경제를 많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대침체에서 먼저 벗어난 데 이어 위기 전보다는 못해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07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10% 이상 성장했다. 반면, 유로를 화폐로 쓰는 유로존은 1% 미만의 성장률을 나타냈고 일본은 정체 상태를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미국은 이런 회복세를 바탕으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다른 선진국들에 견줘 돋보이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코처라코타는 <블룸버그> 통신 칼럼에서 두 가지 지표를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우선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을 보면, 미국이 2007년 말 이후 3.0% 성장해 일본(1.8%), 영국(1.1%), 유로존(-1.2%)을 앞지르긴 했으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체 성장률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높은 것은 인구증가율이 높은 데 상당 부분 힘입고 있다는 말이다. 전체 성장률은 1인당 성장률(생산성 증가율)과 인구증가율을 합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코처라코타는 이어 미국과 유로존의 1인당 성장률 격차가 4.2%포인트이지만 유로존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비교하면 미국이 오히려 5%포인트 뒤진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회복세가 그리 자랑할 만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코처라코타 총재는 고용률을 보면 더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의 핵심노동인구(25~54살) 고용률은 금융위기 전보다 2.5%포인트 낮아 유로존과 비슷하고 영국(1%포인트 증가), 일본(2%포인트 증가)보다는 회복 속도가 되레 처진다는 것이다.
코처라코타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연방준비제도가 금융위기 이후 취한 대규모 자산 매입과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의 그것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서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연준이 실효성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로체스터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코처라코타는 연준 총재 시절 이른바 매파에서 비둘기파로 확 돌아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취임 초기만 해도 금융완화 정책에 반대했으나 높은 실업률의 원인을 다시 분석하면서 사고의 전환을 했다. 그 뒤로는 연준에서 가장 강한 비둘기 성향을 보였으며 얼마 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다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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