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소속 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제도의 효과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① 저임금 해소로 임금격차가 완화되고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 ② 근로자에게 일정한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 줌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근로자의 사기를 올려주어 노동생산성이 향상 ③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경쟁방식을 지양하고 적정한 임금을 지급토록 하여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경영합리화를 기함.”
과연 최저임금 제도는 현재 이런 효과를 내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기대하는 것과는 딴판으로 제도가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와는 별개로 확정된 임금마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얼마전 내놓은 ‘최근 최저임금 동향 및 평가’라는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제도의 일그러진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수가 올해 280만명으로 늘어나고 내년에는 313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근로자수와 견주면 올해 14.6%, 내년 16.3%나 된다. 2012년 10.7%로 떨어졌던 비율이 해마다 높아져 2017년에는 약 6명 가운데 1명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될 것이란 말이다. 다른 연구기관의 분석도 비슷하다. 이런 결과는 ‘①저임금 해소로 … 소득분배 개선에 기여’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 아닌가. ‘② 근로자의 사기를 올려주어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는 것 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정부는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 이는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한 건수가 2013년 6081건에서 2014년 1645건, 2015년 1502건으로 크게 줄어드는 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사업주의 경영 애로 등을 고려한다며 정부가 근로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적발한다고 해도 처벌하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준수하겠다는 마음을 먹도록 유인하는 것은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제도가 노동현장에서 확실히 이행되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반복해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대로만 하면 최저임금의 실효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어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공약은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근로감독이 강화되기는커녕 되레 약해졌고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은 아예 언급도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 부문인 공공행정 분야마저 최저임금 미달자가 적지 않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바로는 지난 3월 현재 12.9%나 된다. 김 선임연구위원의 “정부가 사용자로서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는 지적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제도가 이룬 진전을 무시하고 싶지는 않다. 1988년 도입 이후 최저임금 상승률이 평균임금 상승률을 앞지르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0년 40.2%에서 올해 46.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최저임금위원회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 방식으로는 35.1%에 지나지 않지만 추세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제도가 기대하는 성과에 이르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제도 자체와 운영 방식에 대한 손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몇달 전 내놓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부과하는 대신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법을 어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또한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높이고 적용 예외 대상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찌됐든 최저임금 제도의 수혜자는 사회적 약자이고 이들의 소득수준을 높이는 게 나라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