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잔금 대출에 소득심사 적용은 빠져
LTV·DTI 규제완화 철회도 배제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유도 등에 초점
LTV·DTI 규제완화 철회도 배제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 유도 등에 초점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에 앞서 시장에선 청약 수요를 억제하는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나 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에도 소득심사를 적용하는 방안 같은 강도 높은 대책이 거론됐으나, 결국 제외됐다. 이는 부동산 시장 위축을 우려한 정부의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보면, 주택 공급을 조절하는 방안과 함께 은행·보험사에서 시행중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뿌리내리게 해서 ‘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빚상환 능력을 깐깐하게 보고 분할상환과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는 정책으로, 올해 들어 시행됐다.
정부는 은행권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올해 40%, 2017년 45%로 늘린다는 목표치를 각각 45%와 50%로 상향 조정했다. 또 고정금리 대출 비중도 같은 기간에 37.5%, 40%로 올리기로 한 것을 각각 2.5%포인트씩 높였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비은행 부문은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 비율)을 조정할 때 주담대 분할상환 목표 달성 수준과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담대 급증세를 견인하는 집단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문제는 단계적 검토 대상으로만 올려놓았다. 현재 집단대출을 내줄 땐 사실상 빚상환 능력 심사를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정부는 중·저소득층이 잔금 대출을 할 때 장기 고정금리와 분할상환을 하는 상품을 선택하도록 금리우대를 해주는 상품(입주자 전용 보금자리론)을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또 기존 대출을 고정금리나 분할상환으로 바꿀 때에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일부 금융회사들이 집단대출을 할 때 대출자의 소득자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던 관행도 금융당국이 현장 감독을 통해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내년 7월까지 연장된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처를 되돌리는 방안 등이 시장에서 거론됐지만 정부는 이런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이번 대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분양권 전매 제한은 주택시장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고, 집단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곧바로 적용할 경우 실수요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시장 상황과 집단대출 증가세를 보고 필요할 경우 단계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양권 전매 제한 등과 같은 청약 수요 측면의 규제보다는 공급 조정을 통해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조영무 엘지(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체 경기 측면을 고려하고 주택경기를 꺼뜨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 묻어나는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