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활동지수와 음식점업 지수 추이
금융·보험·부동산업등 껑충…밑바닥 소비경기 되레 악화
“누가 경기가 살아난다고 합디까. 대기업 같은 곳은 잘 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죽을 맛입니다.” 서울 성북구 삼선교시장에서 음식 도소매업를 하는 ㄷ상회의 박아무개(50)씨는 “경기회복 얘기는 남의 일”이라고 했다. 박씨는 “이 근처에서는 1인분에 2800원 하는 해장국집처럼 싸게 파는 곳은 손님이 많지만 음식값이 4천~5천원 넘어가면 안 팔린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에서 ㅁ제과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0)씨는 “매출이 2년 전보다 절반이 줄어 직원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며 “다른 제과점은 문 닫는 곳이 많지만 우리는 그나마 목이 좋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비자들이 경기가 좋을 때는 선물용으로 많이 사가는데 요즘은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덧붙였다.
도·소매업 지수가 3분기에 2.8% 증가해 11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으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밑바닥 소비경기는 여전히 회복 신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및 3분기 서비스업 활동동향’ 자료를 보면, 9월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증가해 8월(5.9%)에 이어 2개월 연속 5%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분기별로는 올해 3분기에 5.3% 증가해 2002년 4분기(8.0%) 이후 11분기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서비스업 활동이 크게 증가한 것은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금융·보험업 호조와 내수회복세, 그리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실적이 좋지 못한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보험업은 주식시장 호황으로 15.4%(9월)나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지수가 증가하는데 절반 가까이 기여했다. 부동산업은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에도 각종 개발붐에 따른 감정평가업 호황과 토지공급 확대 등으로 12.1%(9월)나 증가했다. 도·소매업은 9월에 자동차업계 파업 영향과 추석 수요의 8월 분산 효과 등으로 2.1% 증가해 8월(4.2%)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서민들이 체감하는 밑바닥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업소가 60만개에 이르러 서민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업종인 음식점업은 9월에 0.4% 증가하면서 5개월만에 증가세로 반전돼 주목을 끌었지만, 이는 추석 연휴가 지난해 5일에서 올해는 3일로 감소함에 따라 영업일수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업소 숫자가 각각 10만개와 11만개에 이르는 구멍가게 등이 포함된 기타종합 소매업과 음식료품 소매업도 9월에 각각 -8.2%, -5.3%를 나타냈다. 또 업소 개수가 17만개인 기타서비스업(이·미용, 욕탕, 세탁, 예식장 등)도 9월에 -0.5%를 나타냈다. 문권순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서비스업 회복기조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밑바닥 소비경기의 회복 여부는 음식점업 지수 등의 지표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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