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일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로 5년째 장기 평균치(3.7%, 1990~2007년)를 밑돌고 내년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국 항저우에서 4~5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금 내부의 한 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0년대 초반 (현실사회주의 붕괴 등에 따른) 경제적 전환으로 성장률 하락세가 빚어진 때를 빼고 세계경제가 이렇게 오랜 기간 약세를 보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 7월 세계경제가 올해 3.1%, 내년 3.4%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장기 평균치보다 1%포인트 가까이 낮고 신흥경제국들도 지난 10년간과는 달리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의 경우 많은 나라가 민간과 공공 부문의 부채 증대와 같은 금융위기의 유산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신흥경제국들의 성장률 하락은 ‘역사적 추세’로 복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나라별로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4대 신흥경제국을 보면, 중국과 인도가 지난해 7~7.5% 성장한 가운데 러시아와 브라질은 약 4%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는 이어 저성장이 불평등 증대와 맞물리며 많은 나라에서 개혁이 정체되고 내부지향적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불평등과 관련해 지난 20년간 미국 등 5개 선진국에서 상위 10%의 소득이 40% 가량 늘어난 반면 하위층은 상승폭이 매우 완만했으며, 신흥국에서도 분배구조가 나빠졌다고 소개했다. 다만 신흥국에서는 경제성장세가 전반적으로 강한 덕분에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미쳐 불평등 추세가 다소나마 상쇄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주요 20개국 정상들에게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선적인 과제가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수요진작 정책을 펴는 것이라며 재정정책이 적극적 구실을 할 때라고 했다.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이 그동안 수요진작의 짐을 져왔으나 정책금리가 실효하한선에 이르러 이제는 힘이 달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두번째 과제가 구조개혁이라며 많은 나라들이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세번째 과제로 국제무역을 다시 활성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끝으로 성장의 혜택이 좀더 폭넓게 공유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조세와 복지 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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