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3일 김경진 의원과 함께 엘지전자 전시관을 방문해 올레드 텔레비전을 살펴보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동물원’ 구조를 더욱 강화했어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3일 김경진 의원(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과 함께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가전전시회(IFA)를 둘러보다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먼저 “박근혜 정부는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이 왜 낮은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장을 잘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투비(B2B) 기업의 생명은 처음 납품하는 대기업이 좌우하는데, 대기업이 독점 계약을 요구하는 동물원 구조 때문이다. 독점 계약 이후 빠져나가지 못하고 시장 규모도 키우지 못해서 망하는데,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구조를 ‘동물원’ 구조라고 비판해왔다. 신생기업이 삼성과 엘지 같은 대기업과 납품계약을 맺는 순간 각각 ‘삼성 동물원’과 ‘엘지 동물원’에 갇혀 기술과 이익을 빨리다가 죽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안 전 대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동물원 구조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전국에 17개 창조혁신센터를 두고 대기업에 하나씩 독점 권한을 주면서 결과적으로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어 준 꼴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다고 할 때 권역별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수도권 이렇게 만들고, 3~4개 대기업이 공동으로 관리하게 하면, 창조혁신센터에서 창업하는 기업은 대기업 3~4곳에 납품할 수 있는 길을 갖게 된다”며 “박근혜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생태계) 현실을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파 같은 국제전시회에 정치인들이 방문하지 않는 것도 꼬집었다. 그는 “(정치인들이) 혁신 경쟁의 전쟁터에 직접 와서 보면서 제도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줘야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파를 둘러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중소기업들의 혁신 및 독일 기업들의 표준화 노력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 업체들이 스마트홈 관련 센서 분야에서 표준화를 통해 협력하는 모습을 눈여겨봤다. 우리도 국제 표준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혁신 역량은 있지만 세계 표준에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고, 대기업은 국제 표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혁신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업을 통해 세계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파를 찾은 이유 묻는 질문에 “국민의당은 혁신 기술이 우리나라를 먹여살린다고 보고 있다. 혁신 기술 전쟁터를 찾아 트랜드를 살펴보고 분투중인 중소·벤처기업들을 뭘 할 수 있을지를 찾아보고 얘기도 들어보기 위해 왔다”며 국내 정치 이슈에 대한 질문은 피했다. 그는 이날 온종일 전시장에 머물며 밀레를 비롯한 유럽의 작지만 강한(히든 챔피언) 명품 가전업체들과 중소기업 전시관 등을 꼼꼼히 돌아봤다. 오후에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및 국내 중소기업들의 전시관을 방문했고, 저녁에는 이파에 참여한 국내 중소기업 대표 30여명과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베를린/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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