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동명 탓
‘테러자금’ 검토에 송금액 미국서 묶여
신한은행 “미 조사 길어져 환급 어려워”
‘테러자금’ 검토에 송금액 미국서 묶여
신한은행 “미 조사 길어져 환급 어려워”
서울에 사는 김정은(45·여)씨가 외국에 사는 언니에게 돈을 보냈다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송금이 가로막혀 피해를 볼 처지에 놓였다.
4일 신한은행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달 10일 서울 양천구의 이 은행 지점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언니에게 3천만원(약 2만7천달러)을 송금했다. 하지만 돈을 보낸 지 20일이 지나도 남아공 은행에 입금되지 않았다. 김씨는 돈이 안 왔다는 언니의 연락을 받고서 지난달 30일 은행에 이유를 물어보고서야 돈이 미국 뉴욕의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묶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한은행은 송금이 성사되지 않은 것은 송금자 이름이 ‘김정은’이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달러로 환전한 돈을 뉴욕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보냈고 이 돈은 다시 남아공의 한 은행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남아공 은행이 김정은이라는 이름 때문에 ‘테러 자금’으로 의심된다며 돈을 미국 은행으로 돌려보냈다. 남아공 은행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에 올라있어, 자칫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북한 테러 자금 연관성을 검토한다며 아직까지 신한은행에 돈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조사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여서 신한은행도 김씨에게 돈을 건네주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신분 증빙서류까지 발송했지만 미국 은행의 테러 자금 조사가 엄격해 얼마나 오래 검토할지는 알 수가 없다. 최대한 빨리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재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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