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3년 담합으로 1천억 매출액…과징금 49억원 그쳐
관행화된 담합행위가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국내 전선업체들이 케이티(KT)의 케이블 입찰에서 또다시 담합을 저지른 게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적발됐다. 하지만 전선업체들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담합을 통해 거둔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는데도, 공정위는 고작 49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해 솜방망이라는 지적을 낳는다.
공정위는 6일 케이티가 발주한 케이블 구매입찰에 참여해 낙찰자 등을 담합한 8개 전선업체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9억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제재를 받은 업체들은 가온전선, 극동전선, 동일전선, 대한전선, 엘에스전선, 엘에스, 코스모링크, 화백전선 등이다. 공정위는 제재업체 중에서 공소시효 5년(담합행위 종료시점 기준)이 지나간 엘에스를 제외하고 나머지 7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8개 전선업체들은 2008~2013년 사이에 케이티가 발주한 유티피(UTP)케이블 구매입찰에 참가해 낙찰자, 낙찰순위, 투찰가격, 물량배분 등을 담합했다. 케이티는 전국을 6~7개 지역으로 나눠서 입찰을 실시해, 입찰가격을 낮게 쓴 업체들 순서로 물량이 많은 지역을 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최종 낙찰가격은 최저입찰가를 일괄 적용했다. 전선업체들은 높은 가격으로 입찰가를 써내 적은 물량만 배정받은 후순위 사업자에 대한 보상으로, 계약체결 뒤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일정 물량을 보장해줬다. 공정위는 전선업체들이 KT 입찰에서 2008년 이전에도 담합을 저지른 혐의를 포착했으나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선업계는 지난 2003~2011년 사이에만 공정위에 8차례나 담합이 적발될 정도로 담합이 관행화되어 있어, 공정위가 좀 더 단호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공정거래법 상 과징금을 최대로 ‘관련 매출액’(계약금액) 1002억원의 10%인 100억원까지 부과할 수 있었음에도 절반수준인 49억원만 부과했다. 그러고도 공정위는 이번 제재의 의미에 대해 “전선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을 시정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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