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처음
야당의 규제강화 위한 법개정 탄력
야당의 규제강화 위한 법개정 탄력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재벌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더 늘어났다. 2014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도입된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야권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공정위는 8일 ‘2016년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발표에서, 자산 5조원 이상 47개 재벌에 속한 1274개 기업이 2015년 한해동안 계열사끼리 내부거래를 한 금액은 159조6천억원이고, 매출액 대비 비중은 11.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에 비하면 내부거래 금액은 21조5천억원, 비중은 0.7%포인트가 각각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은 8조9천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1조원이 늘었다. 또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율도 12.1%로 0.7%포인트 높아졌다. 규제 대상 회사 수가 147개로 한해 전의 159개보다 줄어, 회사 한곳 당 내부거래 금액은 497억원에서 605억원으로 22%나 급증했다. 개정 공정거래법은 상장사 기준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비상장 20%)인 회사가 다른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는 것을 금하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부당하게 사적 이익을 얻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사업기회를 막는 등 폐해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공정위는 그 이유에 대해 중흥건설그룹 소속 계열사와 롯데그룹 소속 롯데정보통신의 내부거래 금액 2조원이 새로 규제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회사를 제외하고 2014~2015년 연속으로 규제대상에 포함된 122개사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도 각각 7000억원과 0.6%포인트가 늘어, 공정위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공정위 조사결과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평균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2세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2.5%로 평균인 11.7%보다 약간 높지만, 재벌 2세 지분이 3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로 두배 수준이다. 또 재벌 2세 지분이 100%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9.4%로 5배를 넘어, 재벌이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기 기업집단과장은 “재벌의 부당 내부거래, 사익편취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의 발표로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야당의 주장이 더 힘을 얻게 됐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지난달 규제 대상이 되는 재벌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로 강화하고, 규제대상 총수지분율을 판단할 때 총수 일가의 직접 소유지분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를 매개로 해서 갖고 있는 간접지분도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시행령에 담겨있는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긴급성’ 등 예외사유를 모두 삭제하는 대신 불가피한 사안은 법에 명확히 규정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같은 당의 김동철 의원도 규제대상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10%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채 의원은 “공정위 발표는 재벌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실효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보다 엄격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4월 총선에서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약속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자료: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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