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노조 조직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들도 적잖은 임금 손실을 입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진보성향 두뇌집단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최근 낸 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민간부문 노조 조직률(가입률)이 1979년부터 2013년까지 그대로 유지됐다면 남성 전일제 노동자들이 2013년에 임금을 5% 더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 전일제 노동자들이 더 받았을 임금은 2~3%로 분석됐다. 이런 수치를 모든 전일제 남녀 노동자 7310만명에게 적용할 경우 2013년 한해 임금 손실액이 133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민간부문 남성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1979년 34%에서 2013년 11%로, 여성 노동자들의 조직률은 16%에서 6%로 낮아졌다.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공공부문까지 합친 전체 조직률은 10.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
경제정책연구소는 노조의 급격한 위축으로 단체협약이 비노조원 임금을 올리는 효과가 1970년대 후반기의 절반 또는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추정했다.
노조가 비노조원들의 임금에 영향을 주는 것과 관련해 보고서 작성자인 제이크 로젠펠드 워싱턴 대학 교수 등은 이렇게 설명했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이 임금 표준을 설정하는데다, 강한 노조의 존재가 사용자들로 하여금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이직을 막기 위해 임금을 올리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로젠 교수 등은 또한 여성 노동자의 임금 손실이 남성보다 2~3%포인트 낮은 것은 여성의 이해관계가 노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연구소는 노조 하락세가 미국의 임금불평등을 덧나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조 가입에 따른 혜택을 직접 볼 수 있는 노동자 비율이 줄어들고 비노조 노동자들의 임금에도 나쁜 영향을 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연구소는 노조 하락세가 남성노동자 임금불평등 확대의 3분의 1, 여성노동자 불평등 확대의 5분의 1을 설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앞서 노조 조직률 하락이 불평등 확대에 한몫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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