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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신수종사업 전격 매각에 2천여 임직원 ‘허탈’

등록 2016-09-18 16:13수정 2016-09-18 21:29

2007년 선정된 프린팅사업…2009년 이후 실적 부진 시달려
이재용식 ‘선택과 집중’…직원들 배신감 “매각설 부인하더니…”
삼성전자가 한때 신수종사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프린팅 사업에 대해 매각 결정을 내리면서 2천여명에 달하는 국내 임직원들이 충격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프린팅솔루션사업부를 11월1일자로 미국 휼렛패커드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가격은 10억5천만달러(약 1조1800억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프린팅 사업은 지난해 매출이 2조원, 임직원은 국내 2천명을 포함해 총 6천명에 달한다. 프린팅 사업은 2007년 삼성이 태양전지·연료전지, 바이오·헬스, 로봇 등과 함께 6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할 때만 해도 미래 성장을 책임질 유망 사업으로 꼽혔다. 2004~2007년에는 매년 1천억~2천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신수종사업 선정 2년 뒤인 2009년 첫 적자를 기록한 뒤 장기 실적 부진에 시달렸고, 지난해에도 1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결정은 2014년 이후 방산·유화사업을 한화와 롯데에 잇달아 매각한 것과 같이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선제적 사업 조정을 통해 핵심사업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사업 재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 상당수는 경영진의 경영 실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입사 10년을 넘긴 40대 중간간부는 “경영자들이 단기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컬러레이저, 에이(A)3 레이저를 개발하면서 적자가 커졌다”며 “우리나라 최고라는 삼성전자에 들어와 회사 지시대로 프린팅사업부로 들어왔고, 돈 못 버는 사업부, 초과이익성과급(PS) 못받는 사업부, ‘삼성후자(後者)’라는 낙인이 찍혀가며 젊음을 바쳤는데 이런 결과를 맞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직원들은 또 회사가 매각은 없다고 한 말을 어겼다며 배신감을 토로한다. 한 직원은 “지난해 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며 매각설이 불거져 나오고, 김아무개 개발팀장(부사장)이 갑자기 미국법인으로 발령나면서 직원들이 동요했다”며 “이때 사업부장인 김기호 부사장이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8월 초 휼렛패커드 최고경영진의 미래전략실 방문설이 돌더니 결국 매각이 현실화됐다. 직원들은 휼렛패커드에 팔린 뒤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중간간부는 “매각설을 부인하더니, 배신감을 느낀다”며 “배가 침몰하는데도 ‘선실이 안전하니 그 자리에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정작 본인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 없다”고 허탈해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매각 결정은 최근 휼렛패커드의 제안으로 급진전됐다. 의도적으로 숨긴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가 직원들에게 매각을 알린 것은 12일 이사회 직전에 열린 설명회 자리였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고위 임원은 방산·유화에 이어 프린팅 사업 매각까지 직원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보안이 필요한 기업 인수·합병의 특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무노조 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 직원은 “삼성은 노조가 없어도 노조가 있는 회사보다 많은 복지 혜택을 주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없다고 말하지만, 무노조 경영은 회사 마음대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현대차라면 노조와 협의 없이 매각이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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