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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성장의 그림자 언제까지

등록 2016-09-21 13:41수정 2016-09-22 17:24

[이경 선임기자의 이로운 경제]
20년까지 3% 이하 성장 전망도…예산 손질 등 필요
조지프 슘페터
조지프 슘페터
‘창조적 파괴’ ‘기업가 정신’ 등의 개념을 만든 조지프 슘페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의 한 사람이다. 슘페터는 지난 세기를 빛낸 동갑내기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의 라이벌 관계로도 유명하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의 대응 방안을 두고 케인스와 상반되는 처방을 내놓았다. 그가 당시 쓴 글의 한 대목이다.

“우리가 (앞에서) 분석한 두 사례뿐 아니라 모든 사례에서 (경기)회복은 저절로 이루어졌다. 우리 산업체제의 (자생적인) 회복 능력에 관한 담화에는 확실히 많은 진실이 있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 분석은 회복이 저절로 이뤄졌을 때만 견실하다는 것을 믿도록 이끈다. 인위적인 부양정책에 기댄 회복은 어떤 것도 불황이 해야 할 일(=과잉생산 등의 청산)의 일부를 미완인 채로 남기고, 해소되지 않은 불균형에 결국 해소돼야 할 새로운 불균형을 더한다. 그 결과 기업들에 장래의 다른 위기로 위협하게 된다. 특히 우리 이야기는 화폐와 신용을 통해 작동하는 해결책에 반대할 추론을 제공한다. 문제가 근본적으로 화폐와 신용에 있지 않고, 이런 유의 정책들이 특히 불균형을 유지·확대하고 장래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낳기 쉽기 때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블로그에서 재인용)

슘페터가 자생적인 경기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통화부양책을 쓰는 것마저 비판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중앙은행 포함) 개입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미국 정부 등이 케인스가 아닌 슘페터의 권고를 따랐으면 대공황 극복은 더 늦어졌을 것이다.

경제난을 타개하는 데 정부 구실이 긴요함은 세계금융위기 이후에도 확인할 수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국이 유럽보다 일찍 침체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재정부양책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리나라 또한 금융위기 극복에 정부 몫이 컸고 이는 경제활성화가 과제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분석을 보면, 재정정책 효과가 작지 않다. 지난해 기록한 2.6%의 성장률 가운데 정부재정 기여도가 3분의 1에 가까운 0.8%포인트나 됐다. 2012년 0.4%포인트, 2013년 0.6%포인트, 2014년 0.3%포인트에서 이렇게 뛴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이 추세가 더 짙어져 성장률(전분기 대비) 0.5% 가운데 정부 몫이 전부 다인 0.5%포인트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왼쪽 넷째)가 지난달 30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누리집
유일호 경제부총리(왼쪽 넷째)가 지난달 30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누리집
그런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저성장 기조가 몇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며칠 전 올해(2.7%)는 물론, 내년(2.7%) 그리고 2018~2020년(2.9%, 3.0%, 3.0%)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에서 들먹이는 장기정체에 빠지지는 않더라도 저성장의 그림자가 길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예산정책처의 전망이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률이 무조건 높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성장지상주의에 빠져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만 힘쓰면 갖가지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성장률이 낮을 경우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을 꾀하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물적인 토대가 제대로 확충될 때 인간다운 삶을 누릴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지금도 이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재 사회구조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저성장이 계속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기 쉽다. 일자리 창출 등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에서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정부의 몫이 다시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편성안 등을 보면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재정지출 규모가 올해(추경)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쳐 경기를 떠받치기에 힘이 부쳐 보인다. 게다가 저소득층의 생활수준 향상을 뒷받침할 복지 확충 예산 등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그러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손질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민간 부문의 활력을 끌어올릴 창의적인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자본 위주의 편향적인 정책에 기대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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