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1일 일본중앙은행의 새 통화정책 운영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중앙은행은 이날 기존의 2% 물가목표를 이루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물가상승률이 2%를 넘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고, 10년짜리 장기 국채수익률에 목표치(초기 0%)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일본중앙은행이 실질적인 추가 완화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 발표가 “전반적으로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다시 분명히 한데다 이를 추진할 새 정책 틀을 제시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버냉키는 우선 물가상승률이 2%를 넘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디플레이션을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중앙은행이 물가목표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시장 한편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한동안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최근 들어 다시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고 있다.
버냉키는 이어 10년짜리 국채수익률에 목표치를 설정하겠다는 방안이 “매우 놀랍기도 하고 관심을 끈다”며, 추가적인 통화완화책이 필요할 경우 일본중앙은행이 조정할 수 있는 가격변수가 이제 두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계속 써온 단기 이자율(기준금리)을 낮추는 것말고 장기 국채수익률도 낮출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10년짜리 국채수익률 목표치 설정과 물가목표치 2% 초과 운용은 그동안 버냉키 등이 권고해온 방안이다. 버냉키는 프린스턴 대학 교수와 연준 이사 초기 시절에 일본중앙은행을 상대로 수치는 다르지만 유사한 제안을 했다. 얼마전에는 연준이 취할 수 있는 추가 완화책의 하나로 장기금리(수익률) 목표치를 꼽기도 했다.
버냉키는 국채수익률 목표치 도입에는 위험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이 목표치에 집착해 국채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적정한 통제선을 지키지 못할 수 있으며 중앙은행이 신뢰를 잃을 경우에는 채권 보유자들이 너도나도 채권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금융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이런 위험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버냉키는 전망했다.
한편, 버냉키는 이날 시장이 “엇갈린” 반응을 보인 것은 정책 틀이 바뀌긴 했으나 마이너스 금리 등 정책 기조 자체에 큰 변화가 없는데다 10년짜리 국채수익률 목표치가 현재 시장의 수익률과 거의 같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버냉키는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뒤 현재 두뇌집단인 브루킹스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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