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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캠핑형? 의료지원형?…아파트는 ‘삶’을 설계해야 뜬다

등록 2016-09-25 13:00수정 2016-09-25 21:52

공급과잉 논란에도 물량 쏟아지자
공간·서비스 설계 ‘차별화’ 경쟁

젊은층엔 리조트형 시설 카바나
노인층엔 의료연계 시니어주택
대학가엔 수익형 부분임대 구조로
색다른 강점 내세워 경쟁 달아올라

가족구성 따라 공간구조 변경하는
피트사이징 설계가 주택업계 화두로
주택업계의 특화설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①대림산업의 ‘이(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전용면적 113㎡형에 설치된 대형 테라스. ②대보건설의 ‘하우스디 동백 카바나’에 설치된 가족 휴양형 카바나 시설. ③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삼송역’ 안방에 꾸며진 부부 화장대. 각 업체 제공
주택업계의 특화설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①대림산업의 ‘이(e)편한세상 테라스 광교’ 전용면적 113㎡형에 설치된 대형 테라스. ②대보건설의 ‘하우스디 동백 카바나’에 설치된 가족 휴양형 카바나 시설. ③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삼송역’ 안방에 꾸며진 부부 화장대. 각 업체 제공
지난달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도시개발사업지구에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아파트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대보건설이 공급한 ‘하우스디 동백 카바나’가 주인공으로, 업계 처음으로 아파트 단지에 카바나(사진②)를 설치한 것이다. 카바나는 서울 남산의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같은 리조트형 호텔이나 수영장에서 볼 수 있는 휴양 공간으로 대개 오두막 형태로 바닷가 등 전망 좋은 곳에 설치되는 시설물이다. 아파트 단지에 카바나가 등장하기는 처음으로, 이 단지는 뒤편 숲에 ‘패밀리 카바나’와 ‘키즈 카바나’ 등 6동을 꾸미기로 했다.

처음 나온 ‘카바나 아파트’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68~71㎡형 283가구(특별공급 제외)에 1·2순위 수요자 412명이 청약해 용인 기흥에서는 이례적으로 순위 내 마감을 기록했다. 71㎡형은 1순위서만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였다. 카바나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양영규 대보건설 이사는 “호텔에서 카바나를 이용하거나 따로 글램핑을 하려면 비용이 꽤 들지만 카바나가 설치된 아파트에 입주하면 언제든 단지 내 시설에서 쉬고 캠핑을 즐길 수 있어,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신규 주택 분양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새로운 주거 스타일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주택공급 과잉이 우려될 정도로 신규 분양물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성공적인 판매를 하려면 수요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차별화’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평면 설계와 수납 등 공간 활용, 주민편의시설 등에서 새로운 주거 흐름을 반영하려는 아이디어 경쟁이 뜨겁다.

요즘 주택 청약시장에서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키는 아이템은 뭐니뭐니해도 ‘테라스’ 스타일이다. 지난달 현대건설이 분양한 서울 강남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강남구에서 처음으로 별개 동으로 지은 테라스하우스 8가구를 일반분양해 87.8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달 지에스(GS)건설은 경기 화성 동탄2새도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에 테라스를 설계한 ‘동탄레이크 자이 더 테라스’를 선보여 평균 26.3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뉴스테이 경쟁률로는 최고 기록이었다.

일반적으로 테라스는 아래층의 지붕 부분을 위층에서 사용하는 외부 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래층 지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저층에 넓은 발코니 형태로 테라스를 제공하는 아파트가 유행하고 있다. 입주자들이 테라스를 단독주택의 마당이나 정원처럼 느낄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사실 단독주택의 전유물이던 테라스가 아파트에 등장한 것은 건설사들이 선호도가 떨어지는 아파트 저층(1~2층) 가구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에서 나왔다. 보통 조망이 가장 좋은 바깥 동의 저층부에 테라스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다. 또 최근에는 4층 이하 연립주택을 지으면서 모든 가구에 테라스를 접목하는 방식이 빠르게 유행을 타고 있다. 지에스건설의 ‘동탄레이크 자이 더 테라스’는 전 가구에 크고 작은 테라스를 만든 연립주택으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데 성공한 경우다.

요즘 아파트 평면 설계에서는 ‘피트-사이징’(fit-sizing)이 화두다. 거주자에게 알맞게 사이즈를 맞춘다는 뜻의 피트사이징은 규모만 줄이는 ‘다운사이징’과는 달리 불필요한 주택 규모는 줄이면서 필요한 공간의 크기는 최대한 확보하는 설계를 말한다. 줄일 것은 줄이고 늘릴 것은 늘린 맞춤형 설계인 셈이다. 예를 들면, 전용면적 59㎡ 규모 소형이지만 은퇴 부부나 자녀가 1명인 3인 가족이 넉넉히 살 수 있도록 방 수를 3개에서 2개로 줄이고 거실과 주방을 넓힌 아파트가 등장한 게 한 예다.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작은 방 2개를 터서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비슷하다. 또 넓은 거실이나 주방과 함께 서재 공간, 드레스룸, 팬트리(주방 옆 창고) 등을 설치한 전용면적 70㎡대 주택형이 인기를 끄는 것도 피트사이징 현상의 한 단면이다. 지난 6월 반도건설이 동탄2새도시에 분양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10.0’은 전용 74㎡에 소형에서 보기 드문 대형 워크인드레스룸(걸어 들어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옷장)과 현관 수납장 등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같은달 한양이 경기 시흥시 은행동 은계지구에 공급한 ‘시흥은계 한양수자인’(전용 75~84㎡)은 현관창고와 대형 팬트리를 설치해 수요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대보건설은 ‘하우스디 동백 카바나’에 4㎡ 규모의 양문형 팬트리를 선보였는데, 주방과 현관 양쪽에 문을 만들어 입주자가 필요에 따라 주방용이나 현관수납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면을 뛰어넘어 공간에 피트사이징을 적용한 사례도 등장했다. 피데스개발이 다음달 경기도 서판교 지역에 공급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 ‘모비우스 판교’(전용 84㎡ 280실)에는 천장 높이를 3m 이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일반적인 천장 높이는 2.3m로, 거실 우물천장(거실 천장을 10㎝ 정도 높인 구조)까지 합쳐야 최고 2.4m 정도다. 모비우스 판교를 설계한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사람이 24시간 중 약 60% 정도를 지내는 주거공간은 인간의 뇌, 행동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높은 천장 높이를 확보한 주거공간은 입시를 앞둔 청소년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등 젊은 세대의 창의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를 선택할 때 의사결정권을 주로 행사하는 여성과 달리 남성은 그동안 주거공간 설계 때 주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엔 이 공식도 깨지고 있다. 기존 아파트에서 볼 수 없었던 ‘남성 전용공간’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방 한쪽에 독립적으로 꾸며진 서재공간, 남성용 화장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현대건설이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삼송역’에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 거울을 보고 화장할 수 있는 부부화장대가 제공돼 호평을 받았다.

내집 마련과 함께 임대이익을 얻을 수 있는 주거스타일로 2~3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부분임대’ 설계도 진화하고 있다. 지에스건설은 다음달 분양하는 서울 마포구 대흥동 ‘신촌 그랑자이’(전용 59~112㎡ 1248가구)에 회사가 저작권을 확보한 부분임대 평면을 적용하기로 했다. 84㎡형 46가구에 도입되는 이번 부분임대형은 대학들이 몰려 있는 신촌지역의 풍부한 임대수요를 고려해 원룸과 투룸 형태로 만들어진다. 세입자를 위한 별도의 현관과 함께 화장실, 주방 등 독립된 공간이 마련돼 대학생이나 ‘나홀로 직장인’ 등이 살기에 안성맞춤이다. 지에스건설은 앞서 2014년 성북구 보문동에 지은 ‘보문파크뷰자이’에 처음으로 부분임대형 평면을 선보였고 지난해는 중구 만리동 ‘서울역 센트럴자이’에 세대분리형 평면을 적용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년층을 위해 특화된 시니어주택도 앞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지에스건설은 다음달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 일대에 짓는 1345가구 규모의 ‘스프링카운티자이’를 통해 시니어주택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기존에 병원, 종교·학교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주택은 있지만, 대형 건설사가 시니어 주택사업에 진출한 경우는 1999년 삼성생명 공익재단에서 운영하는 ‘노블카운티’ 이후로 두번째다. 또 1000가구 이상의 대단위 시니어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프링카운티자이는 모든 가구를 전용 74㎡ 이하의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해 분양가와 임대 보증금, 관리비 부담을 줄였다. 식당을 비롯한 피트니스 센터 등 부대시설 또한 지에스(GS)건설 자회사에서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대형종합병원과의 의료 연계 서비스도 제공한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2015년 기준 국내 60살 이상 인구는 965만명이며 2025년에는 18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국내 시니어주택은 전국 31개 단지 5300여 가구가 공급된 데 그칠 정도로 물량이 부족하다. 지에스건설 관계자는 “스프링카운티자이는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면서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도 받고 싶어하는 시니어 계층의 욕구를 반영했다. 다양한 편의시설과 함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그래픽 이임정 기자 im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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