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정부 주도 관행 비판
부처별 난립, 기업 연명 수단 전락
고용장려금, 기존 고용 유지에 편중
부처별 난립, 기업 연명 수단 전락
고용장려금, 기존 고용 유지에 편중
2016년 기준 25개 부처 196개 사업에 15조8000억여원이 투입되고 있는 정부 일자리사업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정부가 주도하면서 시장 친화성이 떨어지는데다, 부처별 사업이 난립하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연명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6일 발간된 ‘일자리사업 심층평가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조정이라는 한국 경제 미증유의 과제를 앞두고 일자리사업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 지원으로 묵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사업 방식과 정부 주도 관행이 아직 광범위하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보고서에서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일자리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일자리사업은 1990년대 외환위기와 2000년대 후반 경제위기를 겪으며 대폭 확대됐다.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을 앞둔 지금, 일자리사업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 발전에 적응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 교수는 현행 일자리사업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수혜 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보조금에 재원이 배분돼 경제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보다는 지연시키는 구조가 지적됐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연명을 돕는 지원이 부처마다 다른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필요한 일선 고용서비스센터장을 중앙부처 공무원이 독점하고 있는 정부 주도 사업운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윤 교수는 “기업을 유지해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경제의 신진대사와 근로자의 노동시장 진입·탈퇴를 촉진하면서 취약층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며 “결국 기업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해야 하며, 새로운 시도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해 변화의 흐름을 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민간 고용창출에 지원하는 2조8000억원 규모 고용장려금 제도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됐다. 이날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장려금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고용장려금이 기존 일자리 유지와 개선에 지나치게 편중돼 새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이 고용증대에 보다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보조금이 불필요한 곳에 낭비되지 않도록 고용 취약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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