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부하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1년6개월 재임하는 동안 두차례 ‘닮고 싶은 상사’(복수 선정)에 뽑혔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이다 보니 정책을 수행하고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 데서 큰 힘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반 국민들에게도 경제부총리로서 이름을 적잖이 알렸다. 경제 현안에 대한 그의 발언들이 매스컴을 많이 탔다.
그런데 최 전 부총리가 너무 힘을 쓴 탓인지 요즘 구설에 올랐다. 자신의 인턴을 특혜 채용하라고 공기업에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고 국회 청문회가 부실해지는 데 한몫을 해서다. 특히 특혜 채용 지시 건과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를 다시 받게 됐다. 정부 경제팀 수장과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실망스런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넷째)가 재임 시절인 지난해 12월16일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누리집
최 전 부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자기 지역구 사무소에서 일한 인턴을 직원으로 뽑으라고 했다.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내가 결혼시킨 아이니 그냥 (합격 처리) 해라”라고 지시했다.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그는 “악의적 폭로와 일방적 보도로 고통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를 부인했다. 그런데 며칠 전 재판 과정에서 특혜 채용 지시 등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거짓 진술을 한 것도 드러났다. 검찰의 재수사 여부와는 별개로 체면을 크게 구기고 말았다.
그는 부총리 퇴임사에서 “특히, 제일 듣고 싶었던 “청년들이 취업 좀 되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청년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 말이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특혜 채용 지시 앞에선 뜻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더욱이 문제가 된 일자리가 공기업인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규직이니 말이다.
또한 최 전 부총리가 국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증인에서 빠진 것이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지원하도록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중요한 참석자였다. 게다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당시 결정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구실만 했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런 만큼 그의 청문회 출석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당이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그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증인 채택은 없던 일이 됐다. 최 전 부총리의 청문회 불참에는 그의 불출석 요구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에서 청문회가 이렇다 할 결실을 낼 수 있었겠는가.
최 전 부총리는 야당의 증인 출석 요구가 정치적 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별관회의는 문제가 없다. 채권단끼리 놔두면 해결이 안되니 정부가 그것(서별관회의)이라도 안하면 해결 못한다. 전혀 문제없는 순리적 결정이다”라고 항변했다. 물론, 야당 요구에 정치적 공세의 성격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이 떳떳하다면 증인 출석을 꺼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국회 청문회를 대우조선해양 지원 결정이 불가피했음을 설명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그는 뒤로 빠졌다.
최 전 부총리가 정부 경제팀 수장으로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를 두고선 평가가 갈린다. 그는 취임 때 우리경제가 ‘저성장의 함정’ 등에 빠져 있지 않나 걱정된다며 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의 성과가 가계소득으로, 가계소득이 다시 기업의 투자기회로 이어져 다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그의 부총리 성적표가 취임 때의 포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가 경기를 살려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한 점 등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가 자랑했듯이 고용률 등에서 일부 진전을 보인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일그러진 모습 탓에 이런 긍정적 성과마저 희석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기재부 직원들은 여전히 그를 ‘닮고 싶은 상사’로 꼽을까? 고위 공직자의 처신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때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