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8년 만에 생산 감축에 합의하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실제 감산 가능성이 불확실해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28일(현지시각)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열린 오펙 회의에서 14개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회원국들은 현재 하루 3324만배럴인 생산량을 3250만~3300만배럴로 줄이기로 했다. 회원국들은 오는 11월 말 정기총회 때 각국의 감산량과 생산량을 결정하기로 했다. 2008년 이후 첫 감산 합의다.
감산 결정은 무엇보다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무는 유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다. 유가는 2014년 6월 폭락 이후 2년 넘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올해 들어서도 배럴당 40달러대에 묶여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회원국들은 수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오펙의 맏형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복지 수준을 낮추고 왕족을 위한 재정을 축소할 정도였다.
장기간 지지부진하던 감산 논의가 결론에 이르자 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는 전날보다 5.3% 오른 배럴당 47.05달러에, 런던시장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6.0% 오른 48.69달러에 마감됐다.
그러나 하루 20만~70만배럴을 감산하겠다는 합의가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있다. 먼저 11월 오펙 정기총회 때 각국의 감산량과 생산량을 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회원국들 가운데 올해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이란이나 국내 혼란으로 생산량이 바닥인 리비아,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은 감산을 받아들일 처지가 못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이달석 선임연구위원은 “감산 총량만 결정한 것은 의미가 없다. 오펙이 개별 국가 생산량을 정하지 못한 지가 10년이 넘고,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에 회원국 합의가 불발된 것도 이란의 지속적 증산 방침을 사우디가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7일 사우디 석유장관은 이란과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이 합리적 범위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다른 회원국들이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또 오펙 회원국들의 산유량이 전체 산유량의 3분의 1가량인 상황에서 비회원국인 러시아나 캐나다 등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회원국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불참 국가들이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증산하면, 유가가 소폭 오르더라도 오펙 회원국들은 시장점유율 하락분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에스케이증권 손지우 연구위원은 “감산에 따른 손실과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비교하면 생산량을 줄여서는 이익을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가 상승 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과 손 위원 모두 올해 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 중후반에 머물면서 일시적으로 50달러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정유사들은 이번 합의로 인한 유가 상승 효과를 호재로 분석했다. 국내 1위 정유사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한 뒤 시장에 파는 데 최소 30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오르면 시차에 따른 재고 이익이 생기고 정제 마진도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 부진의 일부 원인으로 지목된 디플레이션이나 산유국들의 경제 사정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되면서 29일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전날보다 15.66(0.76%) 상승한 2068.72로 거래를 마쳤다. 기존 연중 최고치는 지난 6일의 2066.53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34억원, 26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견인했다.
김규원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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