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에서 방문자들이 ‘테슬라모델 에스(S)’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최근 환경부에 배출가스와 소음에 관한 인증을 신청했다. 국내 판매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테슬라가 인증을 신청한 차량은 중형 승용차 ‘모델S 90D’로 알려졌다. 1회 충전으로 426㎞까지 주행할 수 있지만 미국 판매가격이 9만달러(약 9900만원)가 넘는 고가 차량이다. 2012년 출시된 모델S는 매력적 디자인과 스포츠카 수준의 가속력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증을 신청한 차량은 60, 60D, 75, 75D, 90D, P90D 등 모델S의 6개 트림 중 상위급에 해당한다. 테슬라는 모델S의 다른 트림이나 스포츠실용차(SUV)인 ‘모델X’도 순차적으로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모델S의 예약금은 200만원이다. 테슬라는 “예약을 취소하거나 차량 주문을 하지 않을 경우 전액 환불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한국법인을 설립한 테슬라는 지난달 한국어 누리집을 개설하고 사전예약을 받아 왔다. 여기에는 주력 차종 모델S와 모델X뿐 아니라 내년 말 출시를 앞둔 ‘모델3’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국내 판매가격과 보조금 지급 여부, 차량 인도 시기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누리집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모델S, 모델X, 모델3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사전예약, 시승 신청 안내 등이다.
테슬라는 누리집에서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에너지 혁신을 향해 도전하는 테크놀로지 및 디자인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꿈을 펼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찮다.
일단 전기차는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환경인증 절차를 밟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수입차와 달리 딜러가 없는 독특한 판매 방식 때문에 국토교통부의 제작자 등록 절차를 밟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차량 판매에 나선 뒤 관련 시설과 인력을 두고 수리와 정비 등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데, 테슬라가 요건을 갖추고 이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테슬라만의 급속 무료충전 서비스인 ‘슈퍼차저’도 어느 정도 설치될지 미지수다. 국내 전기차시장의 발전이 더딘 큰 이유 중 하나는 충전 인프라 부족이다. 테슬라가 3천만원대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를 국내에 들여오더라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델S가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앞서 독일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면서도 6만유로(약 7400만원) 이상의 전기차는 제외시켰다. 1억원대 수준인 모델S에 정부 보조금을 줘야 하는지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진출은 국내 전기차산업에 충격과 동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충전 인프라 미비 등으로 갈 길이 먼 전기차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올해 안에 신세계의 종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국내 첫 매장을 열 예정이다.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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