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디스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며 이를 타개할 과감한 정책을 펼 것을 권고했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대체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제통화기금은 며칠전 낸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과 싸우기’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현재 분석 대상 120여개국 가운데 85%이상에서 물가상승률이 중기 예상치(전망치)보다 낮았다고 밝혔다. 이중 20%는 디플레이션 상태이며, 특히 식품과 유류 가격을 뺀 핵심물가상승률도 대부분의 선진국과 많은 신흥시장국가에서 중앙은행의 물가목표치를 밑돌았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디스인플레이션이 확산된 원인으로 각국의 수요가 부진한 점과 생산능력이 다 쓰이지 못한 채 유휴 상태인 점을 꼽았다. 이어 석유와 상품 가격 하락에다 중국 등의 과잉 생산능력에 따른 수입물가의 전반적인 하락세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디스인플레이션이 단기간에 그치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에너지가격 하락이나 생산성 증대 등 공급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물가상승률의 하락은 경제에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스인플레이션이 계속돼 기업과 가계가 물가상승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투자와 소비를 미룸으로써 수요를 위축시켜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이 일본에서 보는 것과 같은 디플레이션적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일본은 수요 부진과 디플레이션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국가채무 증대를 낳고 경제활력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국제통화기금은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더 낮추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자면 중앙은행들이 몇년째 물가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과감한 정책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통화기금은 기존의 통화 완화정책에다 성장 친화적인 재정정책, 소득정책(임금상승률이 정체된 국가들의 경우), 수요를 떠받치는 구조개혁을 더하는 한편, 대규모 은행 부실채권 등 금융위기의 유산을 정리하는 게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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