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6일 쌀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한 뒤 질문을 받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가 ‘쌀값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30만톤 안팎으로 예상되는 올해 쌀 초과 생산분 전량을 한꺼번에 사들이기로 했다. 또 공공비축미를 살 때, 미리 지급하는 우선지급금 인상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6일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확정했다. 이처럼 정부가 쌀값 대책을 발표했지만, 해마다 반짝 효과에 그치는 ‘일회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책은 쌀값 폭락이 심각해지면서 지난해보다 3주가량 빨리 발표했다. 올해 산지 쌀값이 80㎏ 한 가마니에 13만3436원(9월25일 기준가)으로 지난해(15만9196원) 같은 시점보다 2만5760원이나 떨어졌다. 20년 전(13만6713원) 가격보다도 낮다. 재배면적이 줄어도 생산기술이 발전하면서 쌀 생산 물량이 유지되는 데 반해, 쌀 수입이 계속되고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쌀이 남아돌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정부는 우선 올해 과잉 공급되는 쌀을 사들여 가격 폭락을 제어할 계획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420만톤, 수요량은 390만~395만톤 정도로 예측돼 초과 물량은 30만톤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가격통제를 위해 정부가 사들일 초과 공급 물량(격리 물량)은 7일로 예정된 통계청의 예상 수확량이 나오면 잠정적으로 산정한 뒤 다음달 실제 수확량이 집계되면 확정한다. 정부는 이와는 별개로 통상적으로 수매하는 공공비축미 36만톤과 국외공여용 쌀 3만톤 등 올해 생산된 쌀 39만톤도 연말까지 사들일 예정이다. 공공비축미 매입 땐 벼 40㎏당 우선지급금으로 지난해보다 7천원 감소한 4만5천원을 잠정 지급하기로 하고, 이달 중 가격 동향 등을 고려해 인상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지급금은 정부 매입 대금의 일부를 출하 현장에서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산지 쌀값이 확정된 뒤에 정산하게 된다. 농민들은 우선지급금이 산지 햅쌀값의 기준가격 구실을 하는 만큼, 쌀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좀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부 창고에 묵혀두고 있는 175만톤(8월 말 기준)에 달하는 쌀 재고량도 문제다. 정부는 묵은쌀의 경우 사료용 소비를 확대하고, 외국원조를 검토하는 등 특별재고관리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쌀값이 하락하더라도 쌀 소득보전 직불제를 통해 농가 수취가격은 목표가격(18만8천원/80㎏)의 일정 수준(예산안 기준 시 96.5%)까지 보전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을 놓고 농민단체들은 해마다 똑같은 정책만 반복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종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은 “지난해에도 정부가 공급 초과된 물량을 사들였지만 쌀값이 오르지 않았다. 수매 물량을 30만톤보다 더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쌀은 식량주권을 지키는 데 가장 중심에 있다. 우리 쌀도 남아도는 상황에서 정부는 밥상용 쌀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쌀 자동격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초과 공급 물량을 뒤늦게 일회성으로 사들이는 방식의 시장 격리로는 정책 효과를 보기 어렵다.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량 등을 면밀히 살펴, 쌀이 초과 생산될 경우 9월 중에 자동적 시장 격리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도 2011년에 검토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농지를 유지하되 쌀 대신에 콩·보리·밀·옥수수 등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하는 ‘생산조정제’ 도입과 함께, 쌀 소비를 위해 대북 지원을 다시 시작하고 빈곤노인이나 결식아동 등에 대한 사회복지 수요도 늘리자는 주장이 나온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