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인지도·공격적 마케팅…첫해 매출만 104억원
방만한 지출·관리 실패·도덕적 해이로 ‘자멸’
방만한 지출·관리 실패·도덕적 해이로 ‘자멸’
닉네임 ‘소닉’으로 알려진 인기 인터넷 방송 진행자(BJ·Broadcasting Jockey) 출신 사업가 황효진(28)씨가 세운 운동화 브랜드 스베누가 7일 영업을 종료했다. 2014년 6월 사업자 등록을 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스베누는 이날 자사 누리집과 포털에 ‘경영 정상화에 실패해 온·오프라인 상의 모든 영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사실상 폐업을 선언했다. 스베누의 재고는 창고형 할인매장인 오렌지팩토리가 인수해 9000원에 정리한다.
스베누는 창업 초기부터 아이유, AOA, 클로이 머레츠 등 국내외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는가 하면 유명 드라마에 간접판매광고(PPL)를 집행하는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전략으로 청소년층을 공략해 2014년에만 104억원의 매출과 29억원의 매출총이익을 올렸다. 2015년에는 전국에 100곳이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유치했다. 홍대 상권에 속한 합정역 앞의 4층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본사와 매장으로 사용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황씨의 사연은 ‘청년신화’의 성공사례로 포장됐고, 황씨는 대중강연에 멘토로 등장했다.
유명세와 달리 회사의 사정은 곧 곤두박질쳤다. 스베누는 2014년 매출총이익 29억원을 올리면서 마케팅에만 20억7000여만원을 지출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이어갔다. 그 결과 스베누는 영업손실 2억1000만원으로 자본 잠식(1억1000만원) 상태가 됐다.
스베누는 자본 잠식 상태로 출발한 2015년에도 상반기에만 온라인 광고비로 삼성전자나 한국피앤지 등 대기업보다 많은 83억여원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거액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스베누가 마케팅에 집중하면서도 정작 제품 품질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발이 물에 젖으면 염색이 번져 양말이나 발을 오염시키는 ‘이염’ 현상으로 항의가 잇따랐고 일부 제품은 국외 유명 제품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5년 말에는 스베누가 하청업체에 200억대의 납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었고, 이후에는 이른바 ‘땡처리 판매(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할인 판매)’를 주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부산 일대의 신발 업체와 가맹점주들이 스베누 본사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황씨가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고가의 수입 스포츠카를 법인 명의로 리스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커졌다. 황씨는 지난 1월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투자를 받아 회사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아홉달 만에 실패로 끝났다.
조승현 기자 shcho@hani.co.kr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들고 있는 황효진 대표. 출처 : 황효진씨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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