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벵트 홀름스트룀 MIT 교수 공동수상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금융에 대한 반성적 사고 이론 틀 제공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금융에 대한 반성적 사고 이론 틀 제공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계약이론 정립에 공헌한 영국 태생의 올리버 하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핀란드 출신의 벵트 홀름스트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각) 두 교수가 계약이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2016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현대 경제는 수많은 계약으로 이뤄져 있다”며 “두 교수가 만들어낸 도구는 실생활의 계약과 제도들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계약이론이란 계약을 맺는 경제 주체들 사이의 의사 결정 과정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계약이론은 최고경영자(CEO)의 성과연동형 보수, 보험에서의 고객 부담분, 공공부문 민영화 등을 분석하는 틀로 활용된다고 소개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1970년대말 ‘주인(주주)-대리인(경영진) 모델'을 통해 주주가 경영진과 최적의 인센티브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한 회사의 주인 격인 주주가 자신의 감시망에서 일부 벗어난 대리인인 경영진과 계약을 성과와 연결된 정보를 토대로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그는 경영진의 성과 측정이 어려울수록, 가능한 한 성과에 기반한 보수 지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근로자가 성과 측정이 쉬운 부문에만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제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예컨대, 교사 월급을 성과 측정이 쉬운 학생들의 시험성적에 의존해서 지급한다면 교사들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독립적 사고 같은 성과 측정이 어려운 능력을 계발하는 데 시간을 덜 투자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트 교수는 1980년대 ‘불완전한 계약'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계약이론의 새로운 분야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는 계약이 만일의 사태를 하나도 빠짐없이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경영지배권을 명확하게 할당하도록 했다. 계약 당사자 중 누가 어떤 조건일 때 결정을 할 권한을 갖도록 하느냐를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다. 불완전 계약에 관한 하트 교수의 연구결과 덕분에 기업의 소유, 경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하트 교수의 연구는 어떤 기업들이 합병해야 하는지, 학교와 교도소 같은 기관들이 공영화 또는 민영화해야 하는지 판단할 새로운 이론적 도구가 됐다.
이들이 수상자로 선정된 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됐던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대한 성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과 기업의 행태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이슈가 됐다”며 “두 교수의 연구는 금융감독과 기업활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경제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트 교수는 2014년 연세대 상경대 에스케이(SK)석좌교수로 초빙돼 한국 경제학계와도 인연을 맺을 바 있다. 이들은 상금으로 800만 크로나(약 11억원)를 나눠 갖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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