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한은은 물가안정이 가장 중요한 책무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에 수렴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 발언은 한은의 주된 설립목적이 물가안정이란 점에서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의미가 가볍지 않다. 이 총재가 그동안 물가보다는 성장,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19일 한은이 연 국제콘퍼런스에서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의)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가운데서도 금융안정 리스크에 각별히 유의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겠다”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 총재를 두고 물가안정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운데)가 13일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물가안정을 이루기 위해 당장 정책을 바꾸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지난 7~9월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상반기(0.9%)보다 낮은 0.8%를 기록해 물가안정목표(2.0%)와의 괴리가 확대돼다”며 “이런 물가 흐름은 하반기 들어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지난 7월 물가설명회 당시의 전망과는 다른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한은의 7월 전망이 낙관적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 총재는 7~9월 물가상승률이 상반기보다 낮아진 것과 관련해 전기료 누진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 데 주된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어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기료의 한시적 인하 효과가 소멸되고, 국제유가가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점차 높아져 내년 상반기에는 물가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새로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0%(상반기 0.9%, 하반기 1.1%), 내년 1.9%(1.9%, 1.9%)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에는 올해 1.1%(0.9%, 1.3%), 내년 1.9%(2.0%, 1.9%)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황을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소비자물가 상승률 외에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지표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한편, 경제상황 판단과 전망 능력도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에 따라 이날 설명회를 열었다. 한은은 지난해말 중기(2016~18년) 물가안정목표를 2%로 제시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해서 목표치를 ±0.5%포인트 넘게 벗어나면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3개월마다 추가 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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