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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독불자군 없다”…네트워크가 성장 밑천

등록 2005-11-02 18:56수정 2005-11-03 10:10

이원해(앞줄 오른쪽) 대모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와 강용식(앞줄 왼쪽) 사장이 경기도 시흥시 시화국가산업단지 안 회사 공장에서 직원들과 장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이원해(앞줄 오른쪽) 대모엔지니어링 대표이사와 강용식(앞줄 왼쪽) 사장이 경기도 시흥시 시화국가산업단지 안 회사 공장에서 직원들과 장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하청관계 없는 대기업 임원 출신 영입 공정관리 노하우 ‘수혈’…생산 50% ↑ 협력업체·직원과 순익 절반 나누기로

강소기업이 뛴다/② 대모엔지니어링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의 중장비 업체 ‘대모엔지니어링’에는 사장이 두명이다. 대기업처럼 사업부가 여럿 나눠진 것도 아니고, 회사를 같이 세운 동업자 사이도 아니다. 1989년부터 대모엔지니어링을 일궈온 이원해(49) 대표이사 사장은 올 초 현대중공업 임원으로 퇴직한 강용석(56)씨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28년 동안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고 중국 창저우(常州) 법인장까지 지낸 강 사장의 ‘노하우’가 탐난거죠.” 이원해 사장은 “강 사장은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관리를 맡고, 저는 기술·영업 쪽을 담당하기로 업무 분야를 나눴다”며 “강 사장이 오기 전까지는 혼자서 직원 설득하고 혼자 출장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어려움이 해소돼 마음도 놓이고 무엇보다 회사를 어떻게 꾸려가야할지 상의할 파트너가 생겨 든든한다”고 자랑한다.

중소기업인들은 대기업의 경영전략이나 체계화된 시스템을 목말라하지만, 외부인을 쉽게 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왕국’이 무너질까 두려운 탓이다. 하지만 대모엔지니어링은 여러 방면의 협력 관계를 통해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아가는 회사다. 대모엔지니어링은 건설기계 부착물(어태치먼트)과 유압 브레이커, 콘크리트 파쇄기, 고철 절단기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으로, 올해는 193억원의 매출을 바라본다. 세계 50여개 나라에 수출해 매출의 70%를 벌어들이는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 임원 출신이 공동 사장이 됐지만, 남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현대중공업과의 하청 관계가 없는 독립기업이다. 지난 3월, 대모엔지니어링에 합류한 강 사장은 처음 입사한 뒤 공정·공법·입출고 관리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에 놀랐다고 털어놓는다. “각 공정에 명확한 구분이 없고, 인력도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생산성은 낮은데 불량률은 높은 편이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강 사장은 우선 공장의 각 구획을 정리하고 푯말을 붙여 공정 구분을 뚜렷이 했다. 하루하루의 생산 현황을 꼼꼼히 기록해 목표치와 생산량도 정리했다. 변화는 놀라웠다. 한달 120대에 불과하던 생산량은 여섯달 만에 180대로 뛰어올랐고, 불량률은 0%대로 떨어졌다. 이 사장은 “‘혁신’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인지 망설이고 있을때, 강 사장이 뚝심있게 밀어붙였다”며 고마워했고, 강 사장은 “대기업의 경험을 중소기업에 접목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모엔지니어링은 시화공단에서도 ‘협력 모범생’으로 꼽힌다. 시화공단 안에 있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산기대)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디자인 등에 도움을 받고,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아쉬우면 무조건 산기대로 뛰어가요.” 이 사장은 “엔지니어로서 한계가 있다보니,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연구는 학교 쪽에 많이 의존한다”고 귀띔했다. 몇달 전부터는 협력업체 10여곳과 함께 미니클러스터를 꾸려 기술을 개발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이 사장은 “예전에는 협력업체와 모이더라도, 그냥 시키는데로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이었는데 요즘은 업체들이 오히려 주도적으로 나온다”며 놀라워했다. 대모엔지니어링의 ‘협력 관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의 ‘협업’은 대모엔지니어링의 성장 기반이다. 이원해 사장이 회사를 세웠지만, 지분은 40%에 그친다. 이 사장은 “절반 이상을 가지면 내 맘대로 하고 싶어질 것 같아 일부러 40%대를 넘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전체 지분의 13%는 직원들의 모임인 ‘사우회’의 몫이다. 매년 13% 지분에 대한 배당금을 사우회에 주고, 올해는 193억원 매출에 순이익 15억원이 나면, 순익의 절반을 협력업체와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이 사장은 “이렇게 되면 우리 직원들의 월급이 대기업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질테니 그만한 투자가치는 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노동자에게 매년 열흘의 휴가와 선물, 휴가비를 주면서 고향에 다녀오도록 하는 ‘따뜻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이 사장은 네트워크를 ‘고집’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일은 서로 즐겁게 해야하죠.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습니다.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소기업은 혼자 일어서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난 운이 좋게도 중요한 시기마다 귀인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시는군요. 하하”

안산/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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