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528곳 조사…지배구조 개선안돼 출자총액제한 폐지 먹구름
국내 기업들의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위한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낙제점’으로 평가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여전히 큰 과제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에 의뢰해 상장기업 528곳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을 평가해보니, 평가지표 점수가 모두 50점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내부 견제시스템 종합지표 점수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할 때 40.17점으로, 지난 2003년 조사했을 때의 38.39점과 비슷했다. 외부견제시스템은 제도의 수준은 높았지만 실제 이행 여부를 알려주는 작동수준 지표 점수는 43점에 그쳤다.
기업집단별로 큰 편차=내부견제시스템 평가항목은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 구성’ ‘이사회 운영’ ‘투명성’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기업 규모로 구분했을 때, 2003년 이후 3년 연속 평가대상이 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집단 34곳의 내부견제시스템 종합점수는 47.01점으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기업(34.39점)보다는 조금 높았다. 그러나 기업집단별로 차이가 심해, 포스코와 케이티(KT), 케이티앤지(KT&G) 등 3곳의 종합점수가 80점을 넘긴 것에 견줘, 2개 재벌은 30점에도 못미쳤다.
또 총수가 있는 재벌의 경우에는 내부견제가 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가 없는 5개 기업집단의 내부견제시스템 점수는 74.1점이지만, 총수가 있는 29개 재벌의 점수는 43.2점에 그쳤다. ‘투명성 제도’와 ‘투명성 집행’, ‘책임성’ 등을 평가한 외부견제시스템의 경우, 제도 수준은 92점으로 미국(89점)보다도 높았지만, 회계전문가 등 전문가집단 103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실제 작동수준 지표는 43점으로 2003년(45점)보다 나빠졌다. 외부감사인을 최고경영자나 지배주주가 정한다는 답이 67%로 2003년(50%)보다 높아졌고, 이사나 지배주주에게 책임을 묻거나 배상을 받기 어렵다는 답도 76.7%에 이르렀다.
자율규제, 아직 먼 길=공정위는 기업의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 2007년에는 재벌들이 반대하는 출자총액제한제를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목표치로 내부견제시스템 점수 60점, 외부견제시스템(작동수준) 점수 90점 이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도 견제시스템이 여전히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자율규제로 전환하기까지 여전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이 발표되기 직전인 2003년 9월에 1차 조사를 벌였지만, 2년 뒤인 최근까지도 여전히 기업들의 견제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2007년 다시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출총제 폐지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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