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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행에 집 넘겨도 계속되는 빚 독촉…비소구대출제 도입 절실

등록 2016-10-24 05:01

유암코, 부실 주담대 인수 뒤 절반 무담보 채무 전환
제윤경 의원, “연체 이자, 경매 비용 모두 채무자가 떠안아”
집 넘기면 모든 빚 청산되는 책임한정 대출 도입 필요
대출금을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넘겨도 계속 빚 독촉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등 채무 총액이 집값보다 많은 탓이다. 집만 은행에 넘기면 모든 채무 부담을 없애주는 ‘책임한정 주택담보대출’(비소구대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제윤경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암코가 2011~2015년 인수한 부실 주택담보대출은 모두 4891건이다. 이 중 주택을 경매에 부쳐 매각한 이후 무담보로 전환된 채권은 2242건으로 전체의 절반(46%)에 이르렀다. 유암코는 시중은행들이 출자해서 만든 회사로, 주로 은행에서 사들인 기업·가계 부실 채권을 운용해 수익을 얻는 부실채권 투자전문회사다.

유암코가 사들인 부실 주담대 채권 중 절반가량이 무담보로 전환됐다는 뜻은 대출자가 집을 대출처에 넘긴 뒤에도 빚을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담보물인 주택을 매각해도 빚이 남으면 신용대출과 같은 무담보 채권으로 분류돼 추심은 이어진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이런 사례가 많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운용하는데다 집값 급락 사태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서울에서 10억원짜리 집을 살 때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 금액은 7억원(2014년 8월 이전에는 8억원)이다. 집값이 30%(2014년 8월 이전에는 20%) 이상 내려가지 않으면, 대출자는 집만 내어주면 모든 빚을 털 수 있는 구조다. 한국감정원의 주택매매가격(명목가격 기준) 지수를 보면, 2000년대 들어 서울 기준으로 아파트값 최고점(2009년 9월)과 그 이후 최저점(2013년 8월)의 낙폭은 11.2%에 그친다.

그럼에도 집을 넘겨도 빚이 남는 사례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제윤경 의원은 주담대 계약 구조를 주목했다. 제 의원은 “주담대 연체로 담보권이 실행될 때부터 완료될 때까지 연체이자와 수수료가 원금 대비 평균 14.6% 붙는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좀더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집을 넘기면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는 대출 제도인 책임한정 주택담보대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운용 중인 제도로 국제사회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유럽에 견줘 상대적으로 경제가 빨리 회복된 주요 요인으로 조명된 바 있다. 2014년께 금융위원회가 이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책임한정 대출은 크게 두 갈래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먼저 내수 경기에 도움을 준다는 시각이다. 주택가격의 급락으로 집을 은행에 넘긴 뒤에도 갚아야 할 빚이 남게 되면 가계는 정상적인 경제활동 자체가 어렵다. 이런 가계가 늘면 소비가 위축돼 내수 침체는 깊어지고 불황은 길어진다. 프랑스 재무장관 자문역을 맡았던 다니엘 그로스는 2014년 7월 비영리 온라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이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을 보이는 이유는 미국에 신속한 개인파산제도와 더불어 비소구대출 제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두번째는 ‘묻지마 대출’을 줄일 수 있다. 주택가격 급락 경험이 없는 터라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가장 안정적인 여신으로 취급한다. 담보만 있으면 개인의 신용도나 경기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돈을 빌려준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 관행이 가능한 배경이다. 책임한정 대출은 주택가격이 대출액 이하로 떨어질 때 발생하는 위험을 은행이 떠안는 구조인 터라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은 더욱 깐깐하게 대출 심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출 금리가 오르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는 있다. 유승동 상명대 교수(경제학)는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주택가격 급락 위험을 가계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게 타당한지 아니면 은행이 부담하는 게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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