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보고서, 한국 신뢰 수준 OECD 꼴찌권
노사·정부·국회 신뢰 쌓으면 4%대 성장도 가능
노사·정부·국회 신뢰 쌓으면 4%대 성장도 가능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의혹 관련 대국민사과로 그동안 최씨가 대통령의 ‘절친’임을 부정해온 청와대의 해명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가운데 한국이 신뢰 등 사회적 자본을 선진국 수준으로 쌓지 않으면 경제성장도 어렵다는 대한상의 보고서가 나왔다.
대한상의는 26일 발표한 ‘사회적 자본 축적 실태와 대응과제 연구’ 보고서에서, “신뢰·규범·네트워크 등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35개 회원국의 사회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한국은 26.6%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23위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덴마크는 74.9%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사법시스템을 못 믿겠다’는 응답도 63%로 34위에 불과했다. 사회적 네트워크 수준을 보여주는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이 한국은 77.5%로 35개 회원국 중 34위로 꼴찌 수준이었다
대한상의는 신뢰의 자본을 북유럽 수준만 쌓아도 4%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서울대 김병연 교수팀의 자문을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국의 사회신뢰도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수준(69.9%)으로 높이면 경제성장률이 1.5%포인트 상승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자본을 높일 경우 신뢰자본 확충→규제감소→기업가정신 고취→투자 증가→경제성장의 선순환을 이루는 신성장경로를 확보할 수 있어 현재의 2%대 후반 성장률이 4%대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신뢰 등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해서는 기업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정부, 국회, 근로자에게 신뢰의 자본을 쌓아가야 하고, 노조도 내 몫 챙기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대화와 협상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이건 하라, 저건 하지 말라는 식으로 일일이 규제하는 대신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바꾸고 국회도 토론과 타협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신뢰 등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한 각 경제주체들의 노력을 강조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통해 최씨와 긴밀한 관계였음을 시인하면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국회에서 대통령과 최씨가 “친한 사이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게 거짓말로 드러난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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