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선·해운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군함 등 공공 선박 대거 발주…수주절벽 대응용
맥킨지, “2020년까지 한국 주력 선종 수주 과거 수준 반토막도 안 돼”
군함 등 공공 선박 대거 발주…수주절벽 대응용
맥킨지, “2020년까지 한국 주력 선종 수주 과거 수준 반토막도 안 돼”
정부가 수주절벽에 내몰린 대우조선·삼성중·현대중 등 조선업체에 2020년까지 공공선박 발주 등 11조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기로 했다. 또 해양플랜트 등 과잉설비 분야는 축소하고 단순히 짐을 나르는 벌크선이나 중소형 독 사업 등 비핵심 자산은 정리토록 유도한다.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에 대해선 4조원 가까이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 열쇠인 대우조선에 대한 출자전환 규모와 같은 알맹이는 쏙 빠진데다, 경쟁력이 떨어진 조선업체에 나랏돈으로 일감을 몰아줘 연명시킨다는 비판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의 시계를 2020년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조선업 부채 문제를 2018년부터 출범하는 차기 정권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31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조선업 밀집지역 경제활성화 등을 안건으로 진행됐으며, 산업부·해수부·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번 방안은 조선업체에 나랏돈으로 일감을 마련해주는 게 특징이다. 군함·경비정 등 공공선박만 63척 남짓 발주하고 3조7천억 규모의 선박펀드를 활용해 여객선 등 민간 선박도 75척 발주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발주되는 선박은 모두 250척 남짓으로, 총 사업비 규모는 11조2천억원이다. 공공선박 발주는 대부분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터라 나랏돈으로 조선업체의 회생을 도와주는 구조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내놓은 것은 조선업체의 수주절벽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선 업황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데다,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 부문 업황은 더욱 취약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 결과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정부는 2016~2020년 평균 선박 발주량은 과거 5년(2011~2015년) 평균 발주량의 6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대형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의 시장 전망은 더욱 어둡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력 선종의 2016~2020년 발주량은 과거 5년의 34% 수준에 그친다. 수주절벽이 매우 가파를 것이며, 정상화 과정도 매우 길어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단 공공선박 발주로 조선업체의 연명 기간을 늘려주고, 그 동안 체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과잉설비 부문인 해양플랜트는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다른 나라 경쟁사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벌크선이나 중소형 독 부문 사업은 매각 등의 방식으로 몸집을 줄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스마트 기술 등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적극 투자토록 할 방침이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대우조선은 일단 연명과 재편 과정을 거친 뒤 민간에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일호 부총리는 “채권단 관리하에 있는 대우조선은 상선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인찾기’를 통해 책임경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무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첫번째 과제인 출자전환 등에 대해선 구체적 규모나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우조선은 일감 부족만큼이나 부채 규모가 너무 큰 터라 생존을 위해선 우선 부채를 줄이는 등 자본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 관계자는 “출자전환 규모 등은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공표할 경우엔 자유무역협정(WTO) 위반 논란 등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정부는 조선업 밀집지역에 2017년까지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1조7천억원을 투입하고 향후 5년간 1조원 규모의 공공발주사업 참여를 통해 일감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제도를 도입해 특정 산업의 침체로 위기에 직면한 지역에 관련 부처의 정책수단을 패키지화해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유 부총리는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지자체와 함께 발굴·육성해 조선업에 편중된 지역산업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