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동행지수 6개월만에 마이너스 반전
소비·투자·생산 모두 감소
둔화 흐름 심화될 듯
소비·투자·생산 모두 감소
둔화 흐름 심화될 듯
미미하게나마 이어지던 경기 회복세가 지난 9월에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가 뒤늦게 경기 부양에 나섰으나 소비와 생산 부진의 폭이 예상 수준을 넘어서면서 경기 둔화 징후가 뚜렷하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9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에 견줘 0.3포인트 하락한 100.9였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지 지표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연초의 중국발 경제 불안 충격에서 벗어나 소폭 확장세를 보이던 경기가 9월부터 둔화 국면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 부진 여파가 컸다. 소매판매는 전달에 견줘 4.5%(계절조정)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시행된 소비 부양책 효과 종료에 따라 올해 초 나타난 ‘소비 절벽’보다 그 감소폭이 더 크다. 올 1월과 2월 소매판매의 전월 대비 감소폭은 각각 1.4%, 1.5%였다.
소비 둔화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승용차 등 1년 이상 사용이 가능하고 주로 고가품으로 분류되는 내구재 감소폭은 6.1%, 음식료품 등 1년 이내 사용되는 상품인 비내구재 감소폭은 5.1%였다. 소비 품목의 종류나 특성과 무관하게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어든 셈이다.
생산과 투자도 부진했다. 전산업생산은 전달에 견줘 0.8%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기계류(-2.6%) 중심으로 줄어 전월에 견줘 2.1% 감소했다.
이런 생산-소비-투자의 동반 부진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발화에 따른 생산·판매 중단, 현대자동차 파업에 따른 장기 생산 차질, 지난 6월 종료된 개별소비세 인하 조처 종료에 따른 정책 부작용 등 일회적 요인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결과다. 가령 발화 현상으로 리콜 조처(9월2일)가 내려진 갤럭시노트7이 포함된 ‘통신기기 및 컴퓨터’ 항목은 전달보다 11.6%나 감소해 전체 소매판매를 0.8%포인트나 끌어내렸다.
문제는 이런 요인들이 올 4분기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은데다 대내외적 경제 환경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달 말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소비 영향이 10월 지표부터 반영되고,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에 따른 생산·소비 감소도 10월 이후에 계속 반영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주요 경기 지표의 최근 3개월 평균값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터라, 10월 순환변동치의 전월차 값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공산이 높다. 다만 통계청 쪽은 “10월에는 코리아페스타 등 (소비를 끌어올리는) 이벤트들도 있었던 만큼 실제 순환변동치가 어떻게 나올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달성 목표를 2.8%로 잡은 상태지만, 4분기 경기 관리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급격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조처를 내놓기는 했으나, 경기 둔화 흐름이 예상보다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올해 성장률을 2.7%로 예상한 바 있다. 주환욱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미 발표한) 추경 등 경기 보강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민간 경제 활력 제고를 통해 경기 하방 위험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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