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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세계서 번지는 ‘장하준 현상’…저서 43개국 40개 언어 번역

등록 2016-11-04 09:58수정 2016-11-04 14:13

에콰도르·멕시코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과 국제기구서도 초대 봇물
펴낸 책들 전세계 230~240만권 팔려

주류경제학·신자유주의 비판 앞장
2014년 ‘경제학 강의’ 펴낸 뒤
시민에 의한 경제학 화두 던져
“경제학, 학자에만 맡겨선 안돼
누구나 ‘능동적 경제시민’ 돼야”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뒤 한국인 경제학자 장하준의 말과 글은 늘 세계적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경제학자로서는 드물게 대중적 인기도 치솟고 있다. ‘장하준 현상’이라고 부를 만도 할 것 같다. 2013년 11월 <파이낸셜 타임스>는 두 면을 꽉 채운 인터뷰를 내보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서 앞다퉈 그에게 특강을 요청하고 있다. 그가 30년 동안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이 그를 불러 강연이나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주요 강연 목록 몇 가지만 꼽아보면,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출간 이후인 2011년 인도네시아 대통령 주최 연례강연, 2012년 런던증권거래소 특강, 2014년에는 멕시코 의회에서 산업정책 기조연설을 했다. 2014년 영국 고교 경제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조연설도 눈길을 끈다. 2015년에는 오이시디에서 신간 <경제학 강의>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올해 들어 강연 요청은 더욱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영국 노동당의 경제현황회의 기조연설에 이어 국제통화기금 중동지역 연구소 특강을, 6월 에콰도르 대통령 주최 확대각료회의 참석,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무역산업부 정책세미나 강연에 이어 덴마크 왕립도서관 대강당에서 모겐스 뤼케토프트 전 유엔총회 의장과 좌담을 벌였다. 유튜브 동영상 웹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무려 1만7300여개의 결과가 나온다. 이 가운데 10만번 넘게 재생된 영상이 3건이다. 장하준이 ‘한국인’이라서 더 놀랍기도 한데 그 인기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에 부럽지 않을 정도다.

국내외 출판계에선 오래전부터 베스트셀러 작가다. 장하준 교수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결정적인 책은 <사다리 걷어차기>(2002)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그의 인기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영어로 처음 출간된 이 책이 국내에 번역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그사이에 장하준은 이 책으로 유럽진화정치경제학회(EAEPE)가 수여하는 ‘군나르 뮈르달 상’을 받았고, 터키어와 포르투갈어 번역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서 반응이 더 뜨거웠던 셈이다.

이후 그는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010)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사다리 걷어차기>의 인기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애초 영어로 나온 이 두 책은 지금까지 각각 17개·36개 언어로 번역(번역 예정 포함)됐다. 명실상부한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그의 저작들은 43개국에 40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약 230만~240만부나 팔렸다.

장하준 교수가 펴낸 주요 경제 대중서
장하준 교수가 펴낸 주요 경제 대중서

대중서만 쓴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총 16권의 전문서적(공저 포함)을 냈고 여러 엮은 책과 경제학 학술지에 각각 5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유엔 산하의 각종 국제기구와 비정부 국제기구, 각국 정부에서 그의 자문을 구하고 있는 건 이런 학문적 역량 때문이다. 그는 유엔개발계획(UNDP)·국제노동기구(ILO)·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유럽투자은행(EIB) 등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부 조직에서는 영국·일본·캐나다·멕시코·인도네시아·베네수엘라·말레이시아·에콰도르 등에서 자문역을 맡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강연 초대가 많은 편이다. 그는 “내가 개발경제학 전공이고, 특히 선진국들과 그들이 통제하는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등이 제시하는 정책 방향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하니까 대안을 모색해보고 싶은 개도국의 정부·공공기관이 초청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난 1990년대 초반부터 <나쁜 사마리아인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주된 테마는 ‘경제발전’이었다. 무엇이 한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가? 역사적으로 경제학자들은 다양한 대답을 내놓았지만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지난 30년간 ‘경제를 개방하고 자유로운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라’라는 생각이 유일한 정답으로 군림해왔다. 장하준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무엇보다 강조한 건 역사다. 현재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그런 ‘시장 만능주의’에 입각해 발전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특히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였다. 이러한 작업은 당장 경제 강대국들과의 경쟁 속에 자국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제3세계’의 엘리트들로부터 각별한 지지를 받았다.

2008년 이후 장하준의 인기는 더 치솟았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부에서 터진 글로벌 경제위기는 그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 그는 2010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내놓았다. 이 책은 그동안 그가 내놓았던 모든 저작들을 요약하는 한편, 주류경제학에 대한 자신의 비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그 ‘장하준’이다. ‘장하준 현상’이라고 할 만한 일이 벌어진 건 그 뒤다. 보통 책을 한 권 쓸 때 10~12개월이 걸린다는 그가 구상에서 탈고까지 3년을 꼬박 쏟아부었고, 대학 입시나 박사 학위를 준비할 때보다 더 열심히 임했다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2014, 이하 <강의>)가 나온 것이다. 이 책은 이전의 장하준 저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동안 주류경제학의 ‘시장 자유주의’라는 주문(呪文)이 틀렸음을 비판하면서 역사를 강조해왔다면, <강의>는 경제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장하준 식 경제학’인 셈이다. 그는 “오늘날의 주류경제학은 다양한 학파들 중 하나일 뿐인데도 자신만이 ‘진리’라고 자임해왔다. 경제를 이해하는 상이한 입장과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제학을 하기 위한 출발점이 된다”고 말한다.

<강의>에서 장하준이 내놓은 혁명적 주장은 경제학은 경제학자만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잘 모르면서도 세상만사에 대해 ‘견해’를 갖곤 하는데, 유독 경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러지 않는다. 경제는 전문가, 곧 경제학자의 문제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장하준에 따르면, 경제학의 95%는 그저 누구나 가진 상식을 어렵게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는 모든 시민들이 다양한 경제 문제에 대해 편견 어린 것일지라도 명확한 견해를 갖는 ‘능동적인 경제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때로는 전문가에게 도전하면서 경제 운영에 참여해야 하며,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조계완 기자g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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