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최순실 게이트’ 이후 첫 회의 추진
5대그룹 등 대부분 불참 뜻 통보로 무산
허창수 회장도 뒷짐…조속한 쇄신안 난망
5대그룹 등 대부분 불참 뜻 통보로 무산
허창수 회장도 뒷짐…조속한 쇄신안 난망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된 정경유착 의혹으로 해체 압력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는 10일 회장단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5대 그룹을 포함한 대다수 그룹 총수들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전격 취소됐다. 이에 따라 전경련의 위기 타개를 위한 쇄신안이 조속한 시일 안에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경련은 8일 오후 6시께 오는 10일 개최 예정이었던 회장단회의가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은 앞서 회장단회의 멤버인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롯데·포스코 등 18개 그룹 회장들에게 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전경련 회장단회의 개최는 지난 9월 말 미르 및 케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과 함께 전경련 해체 압박이 본격화한 이후 처음이어서 결과가 주목됐었다.
하지만 전경련의 대주주 격인 5대 그룹 총수가 모두 회의 불참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5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우리 회장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평소에도 회장단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더욱이 검찰 수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회의에 나가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재계 10위권인 한화 김승연 회장, 한진 조양호 회장, 두산 박용만 회장도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김윤 삼양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등 평소 단골 멤버인 중하위 그룹 총수들만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경련은 아예 회의를 취소했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대한상의가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박용만 회장과 출입기자단 모임을 취소하는 등 경제계 전체가 몸조심하는 분위기”라며 기업들의 처신이 어려움을 내비쳤다.
전경련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회장단회의가 무기력하게 취소됨에 따라 해체 압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쇄신안이 이른 시일 안에 나올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전경련은 미르재단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9월23일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두 재단을 해체하고 새로운 통합 재단을 만들겠다는 수습안을 내놨으나, 최순실씨 국정 농단 게이트가 본격화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후에는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전경련을 대표하는 허창수 회장과 재단 설립 의혹의 주인공인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대국민사과와 거취 표명 등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도 전경련의 위기를 깊게 하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허 회장은 통상 격주에 한 번 전경련을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나,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전경련 임원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근부회장은 지난달 26일 검찰 조사에서 재단 기금 모금을 자신이 직접 주도했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요청으로 시행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금껏 이런 말바꾸기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전경련 임원은 “이 부회장이 검찰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임직원들에게조차 일절 말을 안 해 언론의 확인요청에도 제대로 답할수 없는 상황”이라며 “쇄신안은 검찰 수사가 끝나야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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