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여고 ‘독수리 오자매’의 발랄한 ‘윤리적 소비’

‘윤리적 소비’ 공모전 창의상 수상
수다 떨 땐 공정무역 초콜릿 먹고
동물실험 않는 ‘리핑 버니’ 선크림 쓰고

이틀 동안 학교 안팎에서 함께 촬영
“수행평가 A도 받겠지?”

제9회 윤리적 소비 공모전에서 청소년 부문 윤리적 소비 창의상을 수상한 인천 계양구 작전여고 친구들 ‘독수리 오자매’.

아이쿱(iCOOP)소비자활동연합회와 한겨레신문사,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 개최하는 제9회 ‘윤리적 소비 공모전’이 지난 7월1일부터 11월5일까지 열렸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화면으로 놀이하고 대화하는 세대인 청소년들의 뛰어난 동영상 작품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차진’ 재미를 선사한 건 윤리적 소비 창의상을 수상한 인천 계양구 작전여고 ‘독수리 오자매’(송채원·김현진·김수민·임지수·조예령)의 활약이었다.

4분33초짜리 이 동영상은 매주 방영되는 티브이 프로그램 <세상에 이런 일이>의 첫 화면과 음악으로 시작한다. 그러고는 능청스러운 자막이 뜬다. ‘며칠 전 한 제보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진짜 깜짝 놀라실 거”라는 제보자의 전화를 받고 찾아간 ‘ㅈ’고등학교에서 물어물어 만난 주인공은 ‘윤리적 소비왕’으로 소문난 2학년 조예령 학생이다. 카메라는 <세상에 이런 일이>처럼 예령의 하루를 뒤쫓으며 그의 “깜짝 놀랄” 윤리적 소비행태를 추적한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 때 공정무역 초콜릿을 먹고, 체육 시간 전 선블록 크림을 달라는 친구에게 동물실험을 안 하는 ‘리핑 버니’ 제품을 주며, 친구들과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때 친구들이 집어든 일회용 종이컵을 빼앗고 그릇을 나눠준다. 누구나 아는 방송을 패러디하는 재치에 십대들의 거침없는 발랄함, 또 단짝인 다섯 친구의 쫀득한 우정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흐뭇한 엄마 미소를 유발한다.

“윤리적 소비가 어렵지 않다는 걸 재미나게 표현하기 위해 패러디를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우리 윤리적 소비 했어요’로 바꿔보기도 하고, <무한도전>도 연결해보고…. <세상에 이런 일이>는 특이하지만 우리 주변 사람들 이야기잖아요. 제보를 하는 형식도 흥미진진해서 만들어봤죠.” <윤리적 소비왕>의 감독 역할을 한 채원 학생이 전하는 ‘연출의 변’이다.

동영상의 시작은 ‘수행평가’였다. “‘생활과 윤리’ 수업 시간의 수행평가 주제가 윤리적 소비라는 주제로 하는 조 작업이었어요. 마침 선생님께서 이런 공모전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셔서 공모도 하게 됐고요.”(현진) 평소 뭉쳐 다니던 다섯 친구들은 한 조를 이뤄 역할을 분담했다. 내용 조사는 지수가 주무를 맡았고, 스토리 구성은 현진이가, 주인공 연기는 예령이가, 내레이션은 수민이와 지수가, 편집은 교내 유시시(UCC)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채원이가 나눠 했다.

이틀 동안 학교 안팎에서 함께 촬영했다. 예령이의 연기가 뛰어나 엔지(NG)가 거의 없었다는 게 친구들의 귀띔이다. 작품을 하고 난 뒤 바뀐 게 없지 않다. “옛날에는 무심코 지나가던 친환경 제품 매장이나 ‘아름다운 가게’ 같은 데를 보면 들어가서 한 번 더 구경하게 됐어요.”(수민) “‘생활과 윤리’ 과목 수행평가에 음식 만들기가 있었어요. 전 같으면 그냥 동네 마트에서 재료를 샀을 텐데 친환경 매장에 가서 유기농 제품으로 고르게 되더라고요.”(지수)

상은 탔지만 더 큰 관심사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수행평가 점수다. “아마 A?” “우리 반 친구 투표 평가에서도 우리가 1등 했으니까 A 받겠지?”(예령) 환한 웃음이 활짝 피었다. ‘독수리 오자매’를 포함해 세 팀이나 수상 리스트에 오른 작전여고는 이번 공모전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김은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