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에너지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 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투자로 미국 내 석유 생산이 늘어나 저유가 기조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트럼프 당선인의 에너지 정책을 살펴보면, 핵심은 규제 완화를 통해 미국 내 전통적인 화석연료의 생산을 늘리고, 이를 통해 미국의 관련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석유 생산을 늘리고, 셰일오일과 석탄의 개발을 확대하며, 천연가스 수출과 원자력 발전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를 위해 여러 환경 규제를 축소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로 거부권을 행사한 키스톤엑스엘(XL) 송유관 사업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캐나다 앨버타와 미국 텍사스를 연결하는 길이 1897㎞의 거대 송유관 건설 사업이다.
이런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미국 내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은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교보증권은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에너지 자급 정책에 따라 미국의 원유 생산이 증가해 엑손모빌 등 미국의 전통 에너지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 국제 유가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키스톤엑스엘 송유관을 허용하는 등 원유 생산량을 늘리고 중동으로부터의 수입이 줄면 유가는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증권도 “원유 등 수출 규제가 풀려 미국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경쟁에 나서면 저유가 기조는 공고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 안정은 한국 등 아시아 정유사들엔 이익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의 영향만이라고 볼 수 없지만,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트럼프가 당선한 9일 배럴당 0.29달러 올랐다가 10일 0.61달러, 11일 1.25달러씩 연속 하락했다. 단기적으로 유가는 11월30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에서의 합의 수준에 달려 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펙 총회에서 느슨한 합의라도 나온다면 내년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달러 이상 오를 수 있다. 그 경우에도 트럼프의 정책은 상승세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의 미국 내 석유 증산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케이티비투자증권은 “미국 정유사들의 설비 가동률이 90%에 이르렀고 증설 계획도 없어 바로 원유 생산이 증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셰일도 생산 비용이 높아 배럴당 유가가 적어도 55달러까지 올라야 생산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보다 10달러가량 더 뛰어야 하는 셈이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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