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알루미늄 인천 본사 앞에선 라제건 대표. 이 공장은 인천광역시로부터 ‘인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아알루미늄 제공
캠핑 필수품인 텐트. 그 텐트의 구조와 안정성을 결정하는 게 텐트폴이다. 세계적 텐트 브랜드인 힐레베르그나 빅아그네스뿐 아니라 미군에까지 텐트폴을 공급하는 기업이 있다. 세계 텐트폴시장 1위 업체인 동아알루미늄(DAC)의 라제건(62) 대표를 16일 오전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크리에이티브센터에서 만났다.
1988년 7월, 라 대표는 텐트폴을 만들겠다며 동아알루미늄을 세웠다. 캠핑이 대중화하지도 않은 때 왜 텐트폴 시장을 택했던 걸까?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일부러 까다로운 제품을 선택했다. 그래야 한 번 그 시장에 들어가면 남들이 쉽게 못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쉬운 것에는 도전이 없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뛰어든 라 대표는 동아알루미늄을 결국 세계 고급 텐트폴시장 점유율 90%의 1위 업체로 키웠다. 2015년 7월~2016년 6월까지 1년 매출은 29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27% 가까이 늘었다.
라 대표는 가장 소중한 자원 중 하나를 직원들 사이의 ‘신뢰’라고 꼽는다. “20년 넘게 일하신 구내식당 직원이 있다. 그분도 고마워하지만, 나도 너무 고맙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마음이 모여 만든 힘은 숫자로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크다.” 식당 직원뿐 아니라, 창업 초기에 모인 5명의 직원들은 창립 30돌을 앞둔 지금까지도 모두 떠나지 않고 함께하고 있다. 모든 직원은 정규직이다. 단 한번, 2008년 금융위기가 세계를 덮쳤던 때 어려워진 회사 사정에 운전기사를 내보내야 했다.
금융위기를 털고 일어선 동아알루미늄은 다시 세계 최고 기업이 되는 데 한 발짝 다가섰다. 2013년 아웃도어업계에서 세계 최초로 초속 50m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풍동실험실을 갖췄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제일 어이없는 일이었다”라며 라 대표는 웃었다. 그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풍동실험실까지 찾아가 사진이나 영상만 찍는 실정이 답답했다. 변수를 줘가며 실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해서 결국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동아알루미늄은 부품회사이지만 결국 ‘소비자’를 바라본다. 라 대표는 “우리는 텐트를 만드는 회사의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국 모든 것은 소비자를 향하고, 소비자에게서 나온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비자의 요구를 끊없이 탐색했던 동아알루미늄은 결국 ‘대박’을 터트렸다. 2012년 자회사 헬리녹스를 세워 초경량 캠핑의자 ‘체어원’을 내놨다. 2013년 60억원 규모였던 헬리녹스 매출은 4배 가까이 늘어 200억원을 넘어섰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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