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중산층 비중은 늘고 있지만…10가구 중 4가구는 취약계층

등록 2016-11-21 16:53

김정훈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자산 고려한 중산층 연구 발표
소득·자산 기준 중산층 비중 60.5%
“청년층 자산 형성 기회 없어 중산층 몰락 부채질”…상속·증여세 강화해야
유치원에 다니는 ‘하나’는 월셋집에 산다. 대기업에 다니는 하나네 아빠와 엄마는 한 해 각각 8천만원, 6천만원을 번다. 하나의 동급생 ‘두나’네 아빠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한 해 5천만원을 번다고 한다. 엄마는 전업주부다. 하지만 두나네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빌딩이 한 채 있고 지금 사는 5억원짜리 집도 엄마·아빠 공동 명의로 돼 있다. 하나네와 두나네 집 어느 쪽이 경제적으로 형편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 붕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연구가 쏟아졌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연구는 소득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가구소득이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 대비 50~150% 안에 든 가구를 중산층으로 간주하고, 그 비율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를 따져보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연구는 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중산층의 실태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경기연구원의 김정훈 연구위원 등은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까지 고려한 중산층을 연구한 논문, ‘자산기반 중산층 측정 및 계층이동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한국재정학회의 학회지 <재정학연구> 최근호(9권3호)에 실렸다. 김 연구위원 등은 한국노동연구원의 ‘노동패널조사’ 자료를 활용해 가구의 소득과 자산 분포를 찾아냈다. 자산은 부채를 뺀 순자산을 기준으로 했는데, 이 순자산을 가구주 등의 기대여명을 고려해 사망할 때까지 균일하게 발생시키는 소득으로 가정하고, 이 소득을 현재의 가구소득에 더하는 방식(연금화·Annuitizing)을 썼다.

이렇게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한 중산층의 모습은 그간 연구 결과와 사뭇 달랐다. 먼저 소득-자산 중산층에 속하는 가구 비율은 2013년 현재 60.5%로 소득만 따졌을 때의 중산층 비율(55.7%)보다 4.8%포인트 높았다. 그간 알려진 것보다 중산층이 좀더 두텁다는 뜻이다. 또 중산층 비율은 2000년 57.6%에서 2008년 55.9%로 점차 낮아졌으나 그 이후 추세적으로 높아졌다. 2008~2013년 사이에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이동하기보단 하위층에서 중산층으로 이동한 비중이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산층에서 상위층으로의 이동과 상위층에서 중산층으로의 이동 비중은 엇비슷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중간 허리가 좀더 튼튼해졌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연구를 한 김정훈 연구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김 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3년 전체 가구의 소득-자산 기준 중산층의 분포도는 2008년에 비해 좀더 넓게 퍼져 있다. 이는 중산층의 응집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전반적으로 가구주의 연령이 많을수록 보유 자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중장년층이 고도성장 기간 동안 부동산 등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20~30대는 근로소득이 잘 늘지 않는 등 자산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이전 세대보다 크게 낮다.” 앞으로 자산 불평등이 깊어지면서 중산층은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김 위원은 “논문에는 쓰지 않았지만, 20~30대 청년들 사이의 자산 불평등을 염두에 둘 때 상속·증여세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근로소득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자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생애 소득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도 이 논문에서 다룬 ‘잠재적 취약계층’이란 개념도 눈길을 끈다. 소득 기준 저소득계층(중위소득의 절반이 안되는 가구)과 소득기준으로는 중산층이나 자산기준으로는 하위층인 가구를 합해 이 논문은 잠재적 취약계층으로 간주하고, 그 비율이 2013년 기준으로 37.7%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10가구 중 4가구 꼴로 언제든 소득·자산기준 하위층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가구라는 뜻이다. 김 위원은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가구가 현재는 소득 기준 중산층이더라도 실직이나 질환 등으로 근로소득이 급격히 줄어들면 언제든지 하위층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 취약계층’이란 개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쌀먹’ ‘가챠’로 망가지는 ‘게임 왕국’ 대한민국 1.

‘쌀먹’ ‘가챠’로 망가지는 ‘게임 왕국’ 대한민국

‘본인 부담’ 넘어서는 보험금 앞으론 사라진다 2.

‘본인 부담’ 넘어서는 보험금 앞으론 사라진다

캐즘의 진실…전기차보다 ‘하브’가 대세라는 왜곡 3.

캐즘의 진실…전기차보다 ‘하브’가 대세라는 왜곡

‘국민소득 5만’ 뉴질랜드…인종 차별 없고 한국 태생 장관도 4.

‘국민소득 5만’ 뉴질랜드…인종 차별 없고 한국 태생 장관도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최악…유가 101달러 급등 5.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최악…유가 101달러 급등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