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줄고 이익은 늘어…확산하는 내핍 경영

통계청 2015년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 발표
매출 3.2%↓, 순이익16%↑
통계청, “유가 하락 영향 커”…유가 하락분 제품가에 덜 반영한 탓
연구개발비 삭감 등 수비 경영 두드러져

국내 기업들의 내핍 경영이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거나 사업을 키우기보다는 당장의 비용을 줄이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정체 현상이 장기화되는 데다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엔 불확실성은 외려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조사대상(상용근로자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 3억원 이상인 기업) 국내 기업(금융보험업 제외)들의 매출액은 2159조원으로 한 해 전보다 3.2%(72조원) 줄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전년 대비 매출액은 매년 증가해오다 2014년부터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감소폭은 한 해 전인 2014년(26조·1.1%)보다 더 커졌다.

순이익은 늘었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109조원으로 한 해 전보다 16%(15조원) 불어났다. 법인세 차감전 순이익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해오다 2014년(5.9%) 증가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 증가폭이 더 확대되고 있다. 운수업과 도소매업 등을 뺀 제조업(5조6천억원)과 전기가스업(2조6천억원), 출판영상통신업(9조1천억원), 건설업(5천억원) 등 주요 업종 대부분에서 순이익이 늘었다.

매출은 줄고 순이익은 증가한 현상에 대해 통계청은 ‘유가 하락’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강유경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국제유가가 2013년말에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다가 2014년엔 50달러, 2015년엔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정제·화학제품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지만 생산 비용도 줄어 기업의 수익은 개선됐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 원가 감소분을 기업들이 제품 판매가에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매출은 줄고 이익이 늘고 있는 근본적 배경은 기업들의 경영 전략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장기 저성장 흐름에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성은 다소 희생하더라도 수익성은 방어해내는 데 수비형 경영 전략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의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다수 발견된다. 조사 대상 전체 기업의 종사자는 한 해 전보다 7만9천명 더 늘었으나, 늘어난 직원의 65%(5만1천명)는 임시·일용직이었다. 성장성을 강화하려는 기업은 직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마련인데, 현재는 인건비 절감 자체에 더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비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기업(금융보험업 제외)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39조2천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0.1%(4조4천억원)나 감소했다.

김경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