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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조원동·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추락

등록 2016-11-23 14:02수정 2016-11-24 06:13

민간기업 인사 개입·재단 출연 요구 혐의…개인 명예 먹칠하고 나라경제에 짐
“참담하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나라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사람이 이런 자리에 와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지난 17일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지난 17일 검찰 조사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지난 17일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나오며 한 말이다. 조 전 경제수석으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이 잘 믿기지 않을 것 같다. 나라경제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겠다던 경제수석 취임 당시의 포부는 온데간데없고 형벌을 받을지 모르는 처지가 됐으니 말이다.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난 뒤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기대가 갑자기 깨진 것을 포함해 온갖 생각이 다 들었을 듯하다.

조 전 수석은 잘 나가는 엘리트 경제관료였다. 사무관 당시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재정경제부 서기관일 때 여러 선배들을 제치고 국장급인 정책조정심의관에 발탁됐다. 차관보가 될 때도 비슷했다.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지만 인사권자는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 뒤 약간의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으나 박근혜 정부 첫 경제수석이 돼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경제부처 공무원과 경제학 교수 가운데 한번 맡아보고 싶어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은 자리이니 당연하다.

하지만 탈이 났다. 그는 경제수석 시절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2013년 말 씨제이(CJ)그룹에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씨제이그룹은 민간기업이어서 정부가 인사에 개입할 근거가 없는데도 그랬다는 것이다. 혹시 이 부회장이 위법행위를 저질렀거나 했으면 모를까 당시 그런 일도 없었다. 조 전 수석이 압박에 나선 것은 씨제이그룹에서 제작·배급한 영화 등이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란 얘기가 많다. 조 전 수석은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그룹 권오준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다. 포스코그룹 역시 민영화한 뒤로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기업인데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긴 것 같다.

경제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해 정부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과정에서 큰 구실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직책이다. 정부 경제팀 수장인 경제부총리에 버금가는 위상을 지닌다고 보면 된다. 대통령의 용인술에 따라서는 경제수석이 경제부총리보다 실권이 센 경우가 적지 않다. 한편, 대통령의 심부름꾼으로서 기업을 상대로 구린 일을 한 경제수석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 운이 좋아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하면 지나칠까. 어찌됐든 지금까지도 경제수석이 이런 일그러진 행동을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며 선진경제를 지향한다는 나라의 모습일 수는 없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지난 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지난 21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안종범 전 경제수석(뒤에 정책조정수석으로 이동)은 조 전 수석의 후임자로 상당히 심한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사고 있다. 대학교수와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 없었던 성싶다. 아예 박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이행하는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여러 재벌그룹에 돈을 내도록 요구하는가 하면, 최순실씨의 지인 회사를 도와주라는 등의 주문을 하기도 했다.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그런데도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박근혜 정부의 정책성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게다가 안 전 수석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범죄 증거를 없애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범행 관련자에게 전화를 걸어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설립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하라는 지시를 하고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없애라고 종용했다. 고위공직자다운 처신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물론, 조 전 수석과 안 전 수석을 무조건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 알려진 혐의가 과장됐을 수 있고,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가 잘못된 것이라며 이견을 제시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간 청와대에서 쫓겨났을 테니까. 그럼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제대로 보좌했으면 나라 꼴이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다. ‘적재적소’란 말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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