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처 나눠 먹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용산 국가공원 건축물 활용방안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또 역사·생태 중심의 공원을 만드는 데 전문가와 관계기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용산공원 조성 기본방향’을 27일 발표했다. 정부는 용산공원 부지 안에 1200여개 건축물 중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어 보전이 필요한 80여개를 어떻게 활용할지 재검토하기로 했다. 100년 이상 일본·미국의 군사기지로 활용됐던 243만㎡(약 74만평)의 용산 부지에는 위수감옥(일제 강점기 헌병대 감옥) 등 우리가 미처 몰랐던 다양한 건축물이 남아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용산기지 기존 건축물을 활용하거나 신축하는 방식으로 국립경찰박물관·어린이아트센터 등 박물관과 문화시설 8개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여론의 반발을 샀다. 용산공원을 민족·역사·생태공원으로 만든다는 조성이념에 맞지 않고, 정부 부처가 ‘나눠 먹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국토부는 “8개 시설에 대한 추진은 백지화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전문가, 국민적 공감대를 거쳐 최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기존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어 “생태공원이라는 취지를 고려해 용산공원에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용산공원 모습(조성계획). 자료 : 국토교통부
용산공원 계획은 미군기지 평택 이전이 결정되면서 2005년 10월 발표됐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까지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미군이 계속 주둔해 있는데다 예산이 적극적으로 투입되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했다. 내년 미군기지가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함에 따라 공원 조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군이 이전하면 그동안 조사가 어려웠던 토양, 지하시설, 건물 내부 등에 대한 세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조경가 아드리안 구즈와 우리나라 대표적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건축사무소 대표가 맡고 있다. 아드리안 대표는 “100년 이상 일본군과 미군의 군사기지로 사용되면서 훼손된 용산의 자연지형을 회복하고,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을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효상 대표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빠져있던 용산의 역사를 되돌릴 것”이라며 “독립된 섬과 같은 용산을 기존 도시와 어떻게 연결할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조성계획과 기본설계는 내년 중 완성될 예정이다.
녹지가 회복된 용산공원(조성계획) 자료 : 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27년 공원 조성 완료’ 일정을 최대한 유연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7년은 공원을 완성한다는 의미보다 공원의 기본적인 틀과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내부의 내용물은 수 세대에 걸쳐 채워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공론의 장도 확대할 예정이다. 국민참여단을 내년 상반기에 선발해 운영하고, 역사·조경·건축·도시 분야의 전문가와 심층 토론회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국방부·문화재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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