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검찰에 출석하는 박용성 회장.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박용성 ·용만 동반 사퇴
비자금등 드러나자 그룹에 악영향 꺼린듯
지주회사 전환등 소유구조 혁신 어려울듯
지주회사 전환 등 소유구조 개선 어려울듯
총수가 물러난 두산그룹은 어떻게 될까?
총수 형제들끼리 경영권 공방과 비리의혹 제기로 시작된 두산사태가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자진사퇴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박용오 전 회장이 퇴출되고 박용성 회장 체제가 들어선 지 넉달만의 일이다.
박용성 회장 쪽은 지난 7월 형인 박용오 전 회장이 검찰에 비자금 관련 진정서를 낼 때만 해도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 두산 일부 계열사들의 총수 일가에 대한 이자대납과 비자금 조성의혹이 잇따라 사실로 드러나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사퇴는 이런 여론의 압박과 두산그룹의 나빠진 이미지를 자신들의 선에서 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렇게 해서 사법당국의 선처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벌써 검찰 쪽에서는 “정상을 참작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비자금 의혹 등이 제기됐을 때 바로 사퇴를 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맡았던 그룹 안팎의 일을 마무리짓느라 시기가 조금 늦어진 것”이라며 “검찰이 기소한 뒤에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총수 형제들간의 경영권 다툼이지만, 더 깊은 원인은 두산그룹의 소유·지배구조에 있다. 주류와 음료 등 생활소비재로 성장해온 두산그룹은 지난 2001년 말 한국중공업(현재 두산중공업)부터 시작해 지난해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과 합병한 현재 두산산업개발), 올해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에 이르기까지 대형 기업인수합병을 잇달아 성사시켜 그룹의 면모를 크게 바꿨다. 이 과정에서 ‘용’ 자 돌림의 형제들에서 ‘원’자 돌림의 자녀 세대로 지분을 넘기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해왔다. 자기 돈이 아니라 인수한 계열사 자산으로 그룹에 대한 총수일가 지배권을 확장하면서 경영권 세습까지 추진해 온 것이다. 회사의 주요 사안이 가족회의에서 결정되고, 총수 일가의 대출금 이자를 회사가 대신 갚아주는 등의 낡은 행태도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두산그룹은 물러나는 회장의 주문에 따라 이런 낡은 지배체제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 4일 발족한 비상경영위원회는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그룹의 주요 현안을 논의·조정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회장·부회장직은 비워놓을 것”이라며 “비상경영위원회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선진적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수의 사퇴를 계기로 곧바로 소유-경영을 분리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의 혁신적인 조처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두산그룹은 두산산업개발→㈜두산→두산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형태로 묶여 있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이다. 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겸 기획조정실장 등을 비롯해 총수 일가들이 주요 계열사 요직에 포진해 있어, 지배구조 개선이 ‘모양내기’의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 회장이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도 물러남에 따라, 상의는 오는 22일 서울상공회의소 6000여개 회원사 대표들로 구성된 의원총회를 열어 후임자를 뽑을 계획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두산그룹의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동반 사퇴한 4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본사 홍보실에서 직원들이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전화를 받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총수 형제들간의 경영권 다툼이지만, 더 깊은 원인은 두산그룹의 소유·지배구조에 있다. 주류와 음료 등 생활소비재로 성장해온 두산그룹은 지난 2001년 말 한국중공업(현재 두산중공업)부터 시작해 지난해 고려산업개발(두산건설과 합병한 현재 두산산업개발), 올해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에 이르기까지 대형 기업인수합병을 잇달아 성사시켜 그룹의 면모를 크게 바꿨다. 이 과정에서 ‘용’ 자 돌림의 형제들에서 ‘원’자 돌림의 자녀 세대로 지분을 넘기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해왔다. 자기 돈이 아니라 인수한 계열사 자산으로 그룹에 대한 총수일가 지배권을 확장하면서 경영권 세습까지 추진해 온 것이다. 회사의 주요 사안이 가족회의에서 결정되고, 총수 일가의 대출금 이자를 회사가 대신 갚아주는 등의 낡은 행태도 이 과정에서 불거졌다. 두산그룹은 물러나는 회장의 주문에 따라 이런 낡은 지배체제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간다. 4일 발족한 비상경영위원회는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그룹의 주요 현안을 논의·조정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두산 관계자는 “회장·부회장직은 비워놓을 것”이라며 “비상경영위원회에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선진적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수의 사퇴를 계기로 곧바로 소유-경영을 분리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등의 혁신적인 조처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두산그룹은 두산산업개발→㈜두산→두산중공업 등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형태로 묶여 있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기 때문이다. 또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겸 기획조정실장 등을 비롯해 총수 일가들이 주요 계열사 요직에 포진해 있어, 지배구조 개선이 ‘모양내기’의 한계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 회장이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도 물러남에 따라, 상의는 오는 22일 서울상공회의소 6000여개 회원사 대표들로 구성된 의원총회를 열어 후임자를 뽑을 계획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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