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내 총수 일가
검찰 ‘책임지는 모습’ 거론…사전교감 가능성
두산그룹 박용성(65) 회장과 박용만(50) 부회장이 4일 동반 사퇴함에 따라, 검찰이 비리 혐의를 확인한 총수 일가들을 모두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검의 고위 간부는 이날 “총수 일가가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두 사람의 사퇴가 검찰과 교감을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검찰에 불구속의 ‘명분’을 주기 위해 박 회장 등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애초 검찰은 이번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총수 일가 가운데 누구를 형사처벌할지와 구속할지, 구속하면 누구를 구속할지를 놓고 고심해왔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초반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에서 적어도 8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내부자의 증언이 나오면서 수사 발표가 미뤄졌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총수 일가의 이자대납 등에 깊숙이 개입한 △박용성 회장과 박용오(68) 전 회장을 구속 기소하는 방안 △박용만 부회장만 구속 기소하는 방안 △총수 일가를 모두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명 구속 방안은 분식회계를 하고 계열사들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총수 일가의 은행이자를 대납하고 생활비 등으로 나눠쓴 것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죄 등을 적용하면 법원에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상식’에 따른 것이다.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총수 일가를 불구속 기소하게 되면 ‘재벌 봐주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박 전 회장은 이번 사건을 폭로한 진정인이지만 검찰 수사에서 비자금 조성 등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형사처벌 대상에 올랐다. 박 부회장 구속 기소 방안은 그가 사실상 두산그룹을 경영하며 비자금 조성 실무를 총괄했기 때문이지만, 비자금 조성을 지시한 사람은 놔두고 실무자만 구속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불구속 안은 박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고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형제들 사이의 경영권 다툼에서 이번 사건이 시작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내주 초 이런 안들을 놓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내정자가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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