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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가 짠 틀 못 벗어난 국회 예산 심의

등록 2016-12-02 20:18수정 2016-12-02 23:33

재정지출 규모 정부안과 거의 차이 없어
저소득층 생계 곤란·경기 한파 눈감아
연 소득 5억원 이상 고소득자 세부담은 다소 늘려
정세균 국회의장이 2일 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 부수법안인 교육세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동안 야당 의원들이 `박근혜 탄핵'이라고 적은 글귀를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세균 국회의장이 2일 밤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 부수법안인 교육세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동안 야당 의원들이 `박근혜 탄핵'이라고 적은 글귀를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진통을 겪던 국회가 심의를 끝내고 ‘2017년 세입·세출 예산’을 합의했다. 이른바 ‘최순실 예산’이 대거 삭감된 점을 제외하면, 이번 국회의 심의도 정부가 깔아놓은 판에 ‘미세한 손질’을 하는 데 그쳤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경기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경제 상황’은 아예 예산 심의의 주된 관심사도 아니었다.

정부안과 달라진 것은? 2일 여야와 정부가 최종 합의한 내년 세출예산은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과 비교할 때 재정 총량 차원에선 큰 변화가 없다. 애초 정부안의 재정지출 규모(400조7천억원)에서 1000억~2000억원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 돈의 사용처를 조정하는 데만 국회 심의가 집중됐다는 것을 뜻한다. 정부안 기준 감액 예산 규모는 3조원 안팎이며, 증액 예산 규모도 엇비슷하다. 삭감 대상엔 비선 실세 입김 의혹이 있는 ‘최순실 예산’(약 4천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런 조정 규모는 지난해 예산안 심의 때보다 적은 수준이다. 당시엔 정부안에서 3조8천억원이 감액되는 대신 다른 예산 사업에서 3조5천억원이 증액된 바 있다. 다만 감액 예산은 대부분 국회의원 지역구 챙기기용 사업 예산을 늘리는 데 들어갔다.

세입 예산은 5천억원(세수 기준) 정도가 정부안보다 늘어나 415조원 수준이다. 고소득층에 세부담을 좀더 늘리는 세법 개정에 여야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소득이 5억원(과표 기준)을 넘는 경우엔 현행(38%)보다 더 높은 40%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5억원 넘게 돈을 번 근로소득자(약 6천명)나 종합소득자(1만7천명)는 물론 주식·부동산을 사고팔아 돈을 번 고소득자(약 2만3천명)는 내년에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야 합의에 따른 소득세법과 상속·증여세법 개정에 따라 추정된 연간 세수 효과는 7천억원 정도 되는데, 이 중 실제로 내년 한 해 동안 들어올 세수는 5천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한파 외면 국회 예산 심의가 정부가 짠 틀을 벗어나지 못한 탓에 정부안이 안고 있던 한계는 그대로 남게 됐다. 경기 한파를 누그러뜨리기엔 올해(추가경정예산 기준)보다 고작 0.5% 늘어난 재정지출 규모로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특히 경기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지난 9월 이후 더욱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또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폭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애초(지난 6월) 전망보다 0.4%포인트나 내려 잡은 2.6%로 조정하면서 “한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현재 수준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정도 더 늘려도 중장기 재정 건전성은 훼손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7%(한국은행 전망값)에 그칠 것을 염두에 두면 내년 예산 규모가 470조원은 돼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는 저소득층의 삶을 돌보고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이런 권고를 받아들이긴커녕 남아도는 세금조차 어디에 쓸지 논의하지 않았다. 올해 초과세수(정부가 애초 전망한 세수보다 더 들어오는 세수)만 2조5천억원 안팎, 내년 초과세수 규모는 5조원 남짓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증가의 부담 없이 일자리 예산 등 긴요한 곳에 쓸 수 있는 돈이 7조~8조원 정도 될 터인데도, 국회가 제대로 논의에 나서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탓에 초과 세수는 법에 따라 국가채무 상환 등에만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올해 초과세수 처리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잡은 정부의 내년 세수 추계에 대해서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결과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가채무비율은 올해(39.3%·추경안 기준)보다 내년에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산 심의에 참여한 국회 관계자는 “의원들은 재정 건전성 악화 책임론을 의식해 예산 규모를 크게 늘리자고 주장하는 데 소극적이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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