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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30년 전 재벌 1세가 출연, ‘박근혜·최순실’엔 2세가 출연

등록 2016-12-05 16:28수정 2016-12-05 19:11

정부수립 이후 시작된 뿌리 깊은 정경유착
1950년~80년대 정치권력 우위에 기업 순응
“2000년대는 재벌 우위 속 이익 주고받기”
그때는 아버지가 돈을 내고 이제는 아들이 출연금을 냈다. 당시에는 아버지의 정권이 돈을 요구하고 지금은 딸이 대통령으로서 돈을 받아냈다.

6일 열리는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나온다. 대를 이은 정경유착이 상위 재벌 총수들을 역대 최대 규모로 청문회장으로 끌어냈다. 고질인 것으로 드러난 정경유착의 근원을 살펴 근본적 수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화 이전 정경유착은 정치권력의 우위에 기반했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의 <한국재벌사> 등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정치권력과 재벌의 유착은 1948년 정부 수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만 정부 시절 정경유착에 대해 이 교수는 “비즈니스는 곧 정부와 연결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경제활동에서 정부의 힘이 막강했다. 일제가 남긴 적산과 막대한 미국의 원조물자를 정부가 기업에 불하·배분했다. 정부 수립 이후 한동안 금융기관은 국유였으나 1957년 은행 지분 매각이 시행돼 재벌이 금융업도 지배했다. 한국전쟁 이후 정부 발주 공사가 건설 수요에서 비중이 컸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은 정부 공사를 낙찰받은 건설사에게서 주로 정치자금을 받았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가 관 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하며 정경유착이 더 심해졌다. “부패와 구악을 일소”한다는 5·16쿠데타 ‘혁명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쿠데타 직후 박 전 대통령은 정경유착 의혹 기업인들을 구속하는 등 압박했으나 곧 태도를 바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 시기에 탄생했다. 이맹희 전 씨제이(CJ)그룹 명예회장은 회고록에서 “혁명정부(박정희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여기저기서 기존의 정치세력보다 더한 부정을 일삼기 시작하였다”며 “제일 심한 것이 각종 사업의 인허가를 둘러싸고 정부에서 은밀히 손을 벌리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1980년대에도 정경유착은 계속 심화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63년 국가재건최고회의 비서관 등으로 세 차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정경유착 형태도 비슷했다. 재임시 기업에게서 직접 정치자금을 받았고 퇴임을 대비해 일해재단을 만들어 강제로 출연금을 받았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재벌 중 6곳이 28년 전에 일해재단에도 출연했다. 일해재단에 돈을 낸 재벌 총수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총수 여럿이 부자 관계다.

1988년 일해재단 청문회 때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강제성이 있었음을 증언해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는 전 전 대통령이나 당시 현직인 노태우 대통령은 수사하지 않고 1989년 1월 장세동 전 비서실장만 기소했다. 김기춘 전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시 검찰총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수사를 미온적으로 지휘한 김 전 실장은 공교롭게도 이번 청문회 증인으로 선정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경유착 규모는 작아졌으나 완전히 근절되지 않았다. 정당 운영은 비교적 투명해졌으나 대선자금이 문제였다. 전·노 전 대통령은 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정치자금을 받아 1987년 12월 대선자금으로 활용한 혐의 등으로 뒤늦게 처벌받았다. 1997년 대선 때 삼성 등 대기업이 여야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삼성 엑스파일 사건’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 결과, 당시 한나라당이 800억원대, 새천년민주당이 100억원대 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이 현금으로 거액을 받은 ‘차떼기사건’도 이때 얘기다.

2000년대 들어 정경유착은 기업의 힘이 강화된 상황에서 ‘주고받기형’으로 변형된다. 기업이 과거처럼 노골적으로 정치자금을 바치는 일은 줄었다. 1993년 시행에 들어간 금융실명제도 영향을 줬다. 대신 사업 인허가 등을 위해 합법적 형태로 은밀한 거래가 이뤄진다는 의혹이 많다. 이한구 교수는 “2000년대 정경유착의 중요한 차이는 재벌의 힘이 정부보다 강해졌다는 점”이라며 “과거 관계가 수직적이었다면 지금은 재벌의 힘이 더 크고 과거처럼 ‘돈 내라’고 해도 알아서 기지 않으며, (기업이) 기부금 내는 것은 거래적 차원에서 주고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총수가 국회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들이 바로 이런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과 롯데 등이 국민연금 의결권 및 면세점 사업, 총수 사면 등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정권의 부당한 요구에 응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정경유착을 근절하려면 힘이 커진 기업의 체질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에서 “불법·부당행위를 서슴지 않는 총수 일가들이야말로 비선 실세의 공갈·협박을 자초한 것이니 재벌은 정경유착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라며 “(정권이) ‘삥’을 뜯어갈 소지가 없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지배구조 개선이고 재벌개혁이며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을 포함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감시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한구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안 주고 안 받기를 해야 한다”며 “행정이 더 투명해지고 민주화가 더 촉진돼야 하며,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적 감시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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