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10시부터 진행 중인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쏟아졌다.
장제원(새누리), 손혜원(더민주), 박영선(더민주) 등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9명의 재벌 총수들 중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다. 질의 내용은 갤럭시노트7 리콜사태에서부터 반도체 노동자 산업재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정확한 시점을 모르겠다”거나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말로 회피하거나 “더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등의 두루뭉술한 사죄의 말로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의원들은 입을 모아 “동문서답하지 말라”는 질타를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승만 정부 이후 삼성은 정권에 860억을 냈다. 그중 박근혜 정부에 484억이 갔다. 반성하느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저희가 부족한 게 많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이라고 대답하다가 “반성하느냐고 물었다”는 박 의원의 추가 질의에 말이 끊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반성’이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제가 부족한 게 많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반복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 사과하겠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도 “좀 더 종업원들과 고객들의 안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겠다”고 답해 “왜 동문서답을 하느냐”는 박 의원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스포츠 지원과 문화융성과 관련해서는 “(그런 내용을) 일일이 나한테 보고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9대그룹 총수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부회장은 상속과 관련하여 증여·상속세를 얼마나 냈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도 “기업경영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해 “동문서답하지 말라”는 질타를 받았다.
재벌 총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정경유착’을 입에 올리지 않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용 부회장을 향해 “정경유착 고리 끊겠다고 약속할 수 있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저 자신을 비롯해… 경솔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반복했지만 “어떤 압력이든 강요든 제가 철저하게 좋은 회사의 모습을 만들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하겠다”고만 말했다. 안 의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고 최 회장 역시 “할 수 있는 것 다 하도록 하겠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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