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성·부정청탁 인정땐 뇌물공여자 돼
향후 박영수 특검-재벌 치열한 공방 예고
향후 박영수 특검-재벌 치열한 공방 예고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국정조사 청문회에 나온 재벌 총수들이 모두 대가성을 부인하고 나서, 특별검사의 뇌물 혐의 수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6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재벌 총수 9명은 모두 대가성을 부인하며 뇌물 혐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압박에 의한 것이었거나, 순수한 의도에서 출연했다는 게 이들의 답변 취지다.
재벌 총수들이 필사적으로 방어하고자 한 것은 형법 제130조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다. 이 조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행위를 ‘3자 뇌물죄’로 볼 경우, 기업은 공여자가 된다. 이 경우 ‘대가성’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재벌들이 대가를 바라고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것 아니냐는 게 국민적 의혹이다. 대가성 의혹은 특히 삼성·롯데·한화 세 곳에 쏠린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의결해주는 것을 대가로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는 올해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에 나선 것과 관련해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 사면, 삼성탈레스 등 방산업체 합병 등을 둘러싸고 대가성 의혹을 받는다.
그러나 총수들은 준비한 듯이 ‘대가성’이나 ‘부정 청탁’ 의혹을 피해갔다. 대신 이들이 방어 논리로 꺼내든 것은 ‘자발성’ 또는 ‘압박’이었다.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 등 여러 의원이 “대가성이 있었냐”고 추궁했으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회 공헌이건 출연이건 어떤 경우에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허창수 지에스(GS)그룹 회장도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바는 전혀 없다”며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거절하기 어려운 게 한국적 현실”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피해자’라는 공소장 취지마저 부인하는 총수도 있었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이 “기업 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재단에 출연한 게 맞냐”고 묻자 구본무 엘지(LG)그룹 회장은 “대통령이 한류와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며 자발적으로 냈다는 태도를 보였다.
재벌 총수들의 이런 입장으로 인해, 뇌물죄 혐의 수사 과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들 재벌 사이에 사실인정과 법리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특검은 최근 언론에 “재단 기금 문제는 본질을 봐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과연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를 봐야 한다”고 말해 뇌물 혐의 수사를 본격화할 뜻을 내비쳤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