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만료 앞두고 퇴진-연임 ‘갑론을박’
권오준, 9일 이사회서 연임 도전 여부 표명
KT는 한때 황창규 연임 포기설 돌아 ‘시끌’
잦은 외풍에 ‘최순실게이트’ 특검 수사 등 변수
내년 조기 대선도 ‘계산’ 복잡하게 만들어
권오준, 9일 이사회서 연임 도전 여부 표명
KT는 한때 황창규 연임 포기설 돌아 ‘시끌’
잦은 외풍에 ‘최순실게이트’ 특검 수사 등 변수
내년 조기 대선도 ‘계산’ 복잡하게 만들어
포스코와 케이티(KT)가 회장 연임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케이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이 만료다. 둘 모두 연임 의사를 공식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도 없다. 전임자 다수가 연임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변수가 만만찮다. 두 회사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특별검사 수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출연과 함께 광고계열사 강탈(포스코)이나 광고 몰아주기(케이티) 문제도 걸려있다. ‘오너’가 없는 두 회사는 정권 교체기마다 외풍에 시달리고 비리에 얽혀 처벌된 회장들도 적지 않아 고민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9일 정기이사회를 연다. 권 회장은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연임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이날 자신의 거취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3월14일 취임한 권 회장은 역대 회장들이 3년 임기를 채우고 한 차례씩 연임한 전례 등을 고려해 연임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이 취임 초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을 털어냈고 올해 실적도 괜찮은 편이다. 경영의 연속성 등을 고려할 때 연임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상태다. 3년 전 그의 선임 과정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부담이다. 만약 연임을 포기할 경우 이사회는 바로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 승계 카운슬(협의회)에서 물색한 후보들을 추천하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면접과 심사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결정한다. 포스코 사외이사진은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 등 6명이다. 거론되는 후보군에는 김진일 사장, 오인환 부사장, 최정우 부사장, 이영훈 포스코컴텍 사장 등 등기이사 임원 4명과 황은연 사장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김 사장과 황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한 포스코 고위 임원은 “혼란한 시기에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황 회장도 아직 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경영진은 “당연히 연임하지 않겠냐”는 태도이지만 일각에서는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 점 등을 들어 고개를 갸웃한다. 이를 의식한 듯 황 회장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정기인사와 내년도 업무보고 등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케이티 내부에선 “앞뒤가 바뀐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경영의 연속성을 생각한다면 연임에 도전할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 팀장급 직원은 “김상헌 네이버 대표도 임기가 내년 주총까지이지만 지난달에 이미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혀 이사회로 하여금 한성숙 총괄부사장을 후임 대표로 선임해 내년도 경영계획을 짜고 업무보고를 받게 했다”고 말했다. 케이티 홍보실은 이에 대해 “정관 규정에 따르면 황 회장은 연임 도전 여부를 주총 두 달 전까지로 돼 있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전까지만 밝히면 된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이사회 쪽에서 보면 새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골칫거리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이전 최고경영자들이 정권 교체 뒤 곤욕을 치렀고, 차기 회장의 임기가 정권 교체기를 포함하고 있는데 누가 도전하겠냐”고 말했다. 황 회장 쪽에서도 남중수 전 대표가 연임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수뢰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에 올랐고,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배임 등 혐의로 수사 받은 점도 꺼림칙할 수 있다. 이런 맥락 때문에 황 회장이 최근 이사회에서 연임 포기 의사를 표시했다는 말도 돌았다. 케이티는 이에 대해 “루머다. 이를 퍼뜨린 직원을 추적해 찾았고, 곧 인사조처하겠다”고 했다.
내년 대선이 12월도 아니고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도 포스코와 케이티 최고경영진으로서는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새로 회장직에 도전하려는 인사들도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홍대선 김재섭 기자 hongds@hani.co.kr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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