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학 교수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이 세계경제와 미국경제에 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에 온 하트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무역협정들을 파기하거나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구상이 좋은 방식이 아니어서 걱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하트 교수는 계약이론의 토대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아 벵트 홀름스트룀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하트는 “트럼프가 기적을 만들 것이다”라는 등의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일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나는 그가 특별한 방식으로 성장률을 갑자기 높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트는 무역 등으로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하는 공약도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화로 뒤처진 사람들을 도울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더 낫다며, 실직자들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 강화와 부자 증세를 더 나은 방법의 사례로 들었다.
하트는 이어 트럼프가 제안한 재정지출 확대가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다면 경제에 좋을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로 볼 때 트럼프 구상은 “기업들을 위한 달콤한 거래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다가온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홀름스트룀 교수는 미국과 영국 등 몇몇 선진국에서 포퓰리즘이 번지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홀름스트룀 교수는 포퓰리즘 확산이 “우리가 전에 본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현상”이라며 “세계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를 낳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승리가 경제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트럼프 정부에서 성장률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4%에 이를 수 있고”, 물가상승률이 “때때로 3%를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정책이 미국의 국내총생산과 물가를 정확히 얼마나 끌어올릴지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렇게 내다봤다. 미국 물가상승률은 현재 연방준비제도의 장기목표치(2%)를 밑돌고 있으며 성장률은 2%대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당시 성장률을 4%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는데 무리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로고프는 4% 성장 달성 가능성과 관련해 지난 3분기(7~9월) 3.2%를 기록한 데서 보듯 성장세가 비교적 견조한 점과 트럼프 정부가 추진할 규제완화, 대규모 부양책, 감세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로고프는 이런 트럼프 경제 전망이 낙관적인 것이긴 하지만 미국 경제가 적어도 당분간은 상당히 빨리 성장할 가능성이 큰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로고프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으며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성장에 장애가 발생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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