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완화 통한 안정적 성장 전략 제시
포용 성장 위한 키워드는 적극적 재정 정책
예산 편성 방식 탑-다운 형태로 확 바꿔야
포용 성장 위한 키워드는 적극적 재정 정책
예산 편성 방식 탑-다운 형태로 확 바꿔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밖에 답이 없다.”
12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은 백웅기 상명대 교수(경제학)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좌표로 ‘포용적 성장’ 전략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포용적 성장은 불평등 완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리킨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금융불안을 키운 기존 성장 전략에 대한 대안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명받고 있는 성장론이다.
백웅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보고서를 보면 포용적 성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보고서 자체를 쓰지 못할 정도이다. 포용적 성장은 국제 사회의 주요한 트렌드”라며 “이런 트렌드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포용적 성장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국제사회에서 포용적 성장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 간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론, 재계의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다보스포럼에서도 주요 화두였다. 올해 2월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가 펴낸 <대통령의 보고서>는 ‘포용적 성장’을 핵심 주제어로 삼으며, 이를 위해 사회 각 분야에 숨어 있는 지대(rent)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구체적 정책 대안과 함께 다루고 있다.
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포용적 성장 전략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재정 정책을 꼽았다. ‘불평등 완화’가 포용적 성장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세금 제도와 예산 배분을 통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는 정책 도구인 재정정책을 백 교수가 강조한 것은 자연스럽다. 그는 “현재 예산 편성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단위 사업 중심의 바텀-업(Bottom-Up) 형식을 띄고 있다”고 꼬집은 뒤,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전략적 자원 배분을 위해 탑-다운(Top-Down) 형태의 예산 편성 방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부처가 마련한 사업을 재정 당국이 심사·평가해 예산안을 마련하기보다는 재정 당국이 포용적 성장이라는 전략 아래 복지나 미래성장동력과 같은 취약 부문에 대한 예산 총량을 재정 당국이 정한 뒤 각 부처에서 단위 사업을 발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탑-다운 방식은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됐으나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유명무실해졌다.
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거나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라에서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언급하며 재정의 적극적 구실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는 5년을 단위로 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짜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지나치게 단년도 사업과 성장률에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다. 중기적 시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정부와의 협업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은 국내 최대·최고의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이론적, 학술적 연구뿐만 아니라 법률 제정 수준까지 매우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충분한 협업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수학과(학사)와 경제학과(석사)를 나온 뒤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위원을 지낸 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재정·경제·금융 정책 분야를 두루 연구했으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에서 현재 강의하고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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